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tacura Feb 18. 2024

억울하다

엄마를 잃고

내가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은 30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30년은 채 안 되는 29년.


딸인 내가 엄마를 보내드린 나이도 많지 않은데

딸을 낳은 엄마의 나이도 너무 많이 어렸어서,

우리 엄마가 하늘로 떠난 나이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젊은 나이였다.


엄마를 잃고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억울하다'였다.

'왜 나만?' 하는 생각에 믿지도 않는 신을 매일 원망하며 잠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이 다 있는 아빠가 없는 건 그런대로 받아들일 만했다. 별로 억울하거나 슬프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엄마가 불쌍할 뿐이지 내가 억울할 건 없었다.


그런데 남은 부모마저 먼저 데려가는 건 너무 화가 났다.

내 친구들은 아직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직 계신 친구들도 있는데, 난 할머니, 할아버지는커녕 아빠도 없고, 한 명 남은 엄마도 없어졌다.

우리 엄만 아직 50도 안 됐는데 말이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엄마가 불쌍해서 미칠 것 같았다.

내가 불쌍해서 미칠 것 같았다.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좋은 글의 결말은 그래서 시간이 지난 지금은'뭔가를 배우고 알게 되었다' 든가, '다른 뭔가로부터 위안을 받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든가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난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그냥,


화가 난다.

엄마가 불쌍하다.

내가 불쌍하다.

억울하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죽지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