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회, 연어회, 쇠고기 스테이크
빠빠야는(Papaya) 자카르타에서 가장 큰 일본 슈퍼마켓이다. 시내 곳곳에 위치에 있다. 전체적인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일본산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메밀면, 카레, 라멘, 가쓰오부쉬, 간장, 쯔유, 어묵 등 이런 품목의 종류가 많다) 매장에서 조리한 각종 튀김, 꼬치구이, 도시락 등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고기나 생선 해산물을 소량으로 깔끔하게 포장해서 파는 것도 장점이다. 일본 슈퍼인 만큼 당연히 돼지고기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삿뽀로 맥주를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싸게 판다. 오늘도 10캔 구입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빠빠야에 장을 보러 갔다. 생선 코너에 아리따운 빛깔이 눈에 띈다. 익숙한 형체.
Tako Sasimi!
빠빠야에서 파는 초밥은 종종 먹어봤지만, 이렇게 포장된 생문어를 사본 적은 없었다. 사진에도 보이지만 가격은 대략 52,000루피아. 한국 돈 5,000이 안 되는 금액이다. 나름의 도전을 한 셈인데, 그 결과가 꽤 만족스럽다. 먹는 것도 간단했다. 저렇게 생긴 문어를 순대처럼 적당한 크기로 송송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끝. 사실 이렇게까지 썰을 풀었다면 플레이팅이 잘 된 문어회 사진을 올렸어야 하지만, 먹기에 바빠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이날은 점심에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은 단백(!)하게 먹자는 게 아내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문어와 함께 호주산 립아이(꽃등심)도 같이 샀는데 이것 역시 만족스러웠다. 립아이는 스테이크를 해 먹었는데, 최현석 세프가 소개했다는 집에서 프라이팬으로 스테이크를 굽는 법으로 조리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쇠고기에는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다.
프라이팬을 달군다
올리브 유를 넣는다
쇠고기를 올리고 거칠게 굽는다. 겉이 살짝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뒤집는다.
설마 벌써 익었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과감하게 접시로 옮긴다.
어려운 방법은 아닌데,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미디엄을 맞추는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늘이 세 번째였는데 기가 막히게 미디엄을 맞췄다. 이쯤 되면 역시나 사진을 첨부해야 하지만 먹기에 바빠 찍지 못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빠빠야에서 문어회나 쇠고기를 사 먹을 만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지 요리법을 안내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운에 나는 개의치 않지만, 엉성하더라도 사진을 찍어 둘 껄 하는 후회는 든다.
문어회를 사면서 옆에 있던 연어회도 한 덩이 샀는데(대략 120g 정도)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이날 문어회, 연어회, 쇠고기 립아이 1팩, 등심 1팩 정도를 샀는데 이것만 사는데 든 비용은 대략 200,000루피아(원화 20,000원 미만)
나는 외식을 좋아하고, 실제로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외식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냥 필요할 때 편하게, 혹은 약속 있어서 나가서 먹는 것, 아니면 그냥 회식. 이렇게 아무 의미를 두지 않았고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최근에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 이유는 고만고만한 재료로 평범한 사람이 만든 요리를 비싼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사 먹으려면 그 만한 값어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단지 내가 하는 수고 없이 편하게 먹는 것만을 장점으로 여기고 사 먹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가 별로고 솜씨가 별로라서 가격이 싸거나, 반대로 좋은 재료로 전문가가 공들여 만든 음식이라면 비싸더라도 먹을 만한 가치다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곳은 쇼핑몰에 붙어 있는 오피스타워이다. 몰 곳곳에 식당이 수십 곳이 있지만 위와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먹을 만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별로 없다. 임대료, 인건비, 세금 등 기타 비용을 빼고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음식점들이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처럼 좋은 재료를 사다가 간단한 조리법으로 해먹을 수 있는 경우에는 상당히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