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머니들
예전에 방송 제작을 위한 사전답사로 방문했던 중부 자바 꽃시장, 이 시장은 일정상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우리 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Candi Songo라는 유적지였는데, 마침 이곳을 지나가게 되어 새벽에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 꽃시장 풍경을 촬영했다.
날짜는 사진의 파일 정보 통해 2012년 5월 24일일 것은 알았는데 정확한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사진 배경으로 보인 유치원 간판에 길 이름이 찍혀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부 자바 스마랑에서 암바라와로 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스마랑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마랑에서 족자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뚫려 가는 길이 나쁘지 않았다.
시장은 이른 새벽부터 열린다.
내가 의식을 하고 어머니들만을 찍은 것은 아었는데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인도네시아 어머니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다. 우리들 어머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요즘 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지치고, 집-회사-집을 반복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그럴 때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미용사이고, 30년 넘게 미용일을 하셨다. 엄마는 어떻게 그 세월을 견뎠을까? 32년, 작은 미용실, 정기 휴일은 한 달에 2번. 지겨웠을 법도 한데...
사진 속을 하나씩 찬찬히 다시 보니 뭔가 느껴진다. 사진 속의 어머니들, 그리고 우리 엄마가 보여준 것은 일을 하는 이유, 의미를 고민하기보다 삶을 그냥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 2년 넘게 묵혀둔 사진을 꺼내 보다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