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틈. 발리에서 요가지도자자격증 따기(0)
발리 Yogmantra 요가원에서의 요가지도자 자격증 취득기
Prologue.
내 인생에서 대부분 그래왔듯 사건은 갑자기 시작됐다.
올해 3월에 갓생을 살겠다며 호기롭게 등록한 새벽 요가를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앓아누웠다.
하지만 한 달 치를 등록해 버린 탓과 학창 시절 12년 개근에 빛나는 범생이 근성이 발목을 잡은 덕분에
꾸역꾸역 한 달을 채웠다. 한 달을 채우고 나니 한 달만 더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몇 달을 더 다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요가원에 가고 싶었던 것 같다.
몸이 안 좋거나 찌뿌둥한 날에 요가를 다녀오면 몸이 개운했다. 마치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온몸 구석구석이 편안했다. 무엇보다 평소에 칭찬받을 일이 거의 없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나아진 모습에 매일 받는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내 몸 구석구석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내 감정을 돌아보면서 받는 칭찬이라니. 때로는 어제 되던 동작이 갑자기 오늘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던 동작일지라도 시간을 겹겹이 쌓으면 어느새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자연스레 믿게 되었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해주는 요가가 점점 좋아졌다.
어느덧 요가를 배운 지 4개월 차가 되었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요가를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동안 가져갈 요가를 좀 더 진지하게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4개월 차 요린이가 어딜 감히?'라는 대답을 들을 것을 감수하고, 선생님께 요가지도자자격증에 도전해도 괜찮을지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예상외로 선생님께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고, 수업에 오는 다른 학생들보다 내가 더 잘할 수도 있다고 용기를 주셨다.
그렇게 갑자기 발리에서 2주 뒤에 시작하는 요가지도자자격증 코스에 등록을 해버렸다. 비행기표도 바로 끊어버렸다. 내가 발리라니? 내가 요가지도자자격증이라니?
요가원 선정
처음에 가려고 했던 곳은 인도였다. 요가 선생님께서 지도자자격증을 따셨던 곳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너무 좋았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아쉬람에서 거의 수행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발리 요가원은 언뜻 찾아보니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이 너무 많고, 학생들이 낮에는 서핑 밤에는 파티를 하는 분위기라 마음이 가지 않았다. 내 인생에 평생 인도는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인도를 가게 되다니?
그러나 난관에 부딪혔다. 아쉬람에서 인터넷이 잘 안 터져 저녁에 인터넷이 겨우 터지는 나무아래에 모여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는 선생님의 얘기를 들려주니 가족들이 다른 곳을 찾아보면 안 되겠냐고 말렸다. 사고뭉치 아내를 물가에 내놓으며 손을 덜덜 떠는 남편이 연락은 잘 되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다 발리에 있는 Yogmantra라는 요가원을 찾게 되었다. 발리의 다른 요가원들보다 타이트하게 수업을 운영하고, 요가에 몹시 진지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공항에 무료로 픽업을 와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숙소마저 깨끗하고 좋았으며, 삼시 세끼를 채식으로 제공하는데 맛집이라는 평이 가득했다.
'여기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 맘에 드는 곳을 찾았다고 소개하자, 남편이 내 눈빛이 반짝이는 걸 봤다며 여기로 결정하자고 했다.
그렇게 나는 2주 뒤 발리에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