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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Jul 03. 2020

좋은 집이지만 가계약금은 날렸단다

1/14의 확률

 이번에 집을 보러다니며 느낀 것은, 4 전에 방을 구할 때보다 X이나 X 같은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의 허위 매물이 적어졌다는 점이었다. '발품' 맹신하던 나로서는 하루정도 연차를 내고 동네 부동산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방을 구하는 것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보고 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막상 발품을 팔며 돌아보니 내가 원하는 매물을  하나도 가지지 않은 부동산들이 많았고, 체력적으로 치기만 했던 것이다. (반전세 분리형 원룸 구했습니다. 반전세-희소, 분리형 원룸-희소,  거기다 풀옵션이요. 제가  없을만한  찾긴 했죠.)


 인터넷에 올라오는 매물들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것들이 많았고, 부동산으로 연락하면 실제로 그 매물을 당일 저녁에 볼 수 있었다. 중개사들도 굳이 그런 집들을 '발품파'에게 보여주기 위해 꽁꽁 숨겨놓지 않았다. 되려 바로 나갈 수 있는 집이기에, 바로 인터넷에 올리는 듯 했다.


 대학교 때는 캠퍼스 주변에 살아야하기 때문에 동네의 한정이 있지만, 회사원이 된 이후에는 30분 거리 정도의 출퇴근은 감안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정착하기 때문에, 더더욱 인터넷 서칭에 의지하게 됐다. 회사 근방 30분 거리의 모든 동네를 다 돌아다니며 발품을 파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고, 또 그렇다고 사흘 나흘 연차를 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회사 근방 30분 거리라면 어디든 상관 없다는 것은, 조건에 맞는 집만 있다면 어느 동네든 갈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동네에 한정을 두는 것도 손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네X버 부동산 지도를 켜놓고, 매일매일 온라인으로 회사 주변의 지도를 탐색했다. 금방 막 올라온 매물이 괜찮으면 바로 연락해서 저녁에 보러갔다. 좋은 집은 누구에게나 좋아보이니까.


 거의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네X버에 새 매물이 올라왔나 탐색하는 것이 일이었는데, 어느날, 막 올라온 따끈따끈한 매물이 보였다. 공덕과 가까운 그 집은 분리형인데다, 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 그리고 풀옵션이었다(!) 나는 부동산으로 연락을 해 점심시간에 보고 싶으니 집 앞에서 뵙자고,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미리 가기 전에 등기부도 다 보고, 개별 등기에 융자까지 없는 아주 깨끗한 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달려갔다. 집 내부는 정말 깔끔했다. 위치도 대로변에서 아주 약간 들어가는 밝은 곳에 위치했고, 층수도 2층이었다. 크진 않았지만 부엌과 살짝 분리되는 것이 좋았다. 아무튼 나는 점심시간에 바로 50만원 가계약을 걸고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해서 말했다. "대학이나 직장 자랑하지 마라! 서울 중심지에 분리형 원룸을 6000에 30으로 구한 것이 진짜 어디 자랑할만한 스펙이다아니가!"


 퇴근 후 축배를 들자는 사람들의 말에 신나서 술자리로 가는데, 부모님에게 연락이 왔다. '성범죄자 알림e'를 한 번 보라고. 마포구에 14명의 성범죄자가 있는데, 너희 집 바로 뒤편에, 그러니까 10미터 거리에 주거침입강간죄를 가진 사람이 1명 살고 있다고. 우와. 그 넓은 마포구에, 단 14명 중에, 1명이!


그날은 결국 애도의 술자리가 되었다. 함께 술을 먹던 남성분을 붙잡고 토로했다.

"그 집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성범죄자 빼곤 완벽하다고요. 저 대신 이사 가세요. 남자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무튼, 가계약금은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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