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은말고이응 Dec 14. 2021

일상의 '담백'질, 참치파스타

단백질도 19G

 통조림은 언제 만져도 차갑다. 쇠로 만들어졌으니 당연하다. 딱히 먹을 것이 없을 때 통조림 뚜껑만 까면 주린 배를 채워주는 반찬이 된다. 그러나 통조림은 언제 만져도 차갑다. 특히 뚜껑만 깐 채로 식탁 위에 올라가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릇이 아닌 쇠에 담긴 통조림은 가끔 서늘할만큼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


나는... 가끔... 이렇게.. 밥을 먹.는..다..☆

 서울의 유명한 전통주 가게에 고등어파스타라는 메뉴가 있다. 왠지 비릿할 것 같은 고등어를 매콤한 파기름과 마늘로 담백하게 요리한 파스타다. 집에서 따라해보고 싶었지만, 자취방에서 고등어를 굽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큰 배포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구워본 사람은 안다.

 그래서 나는 고등어 대신 참치 통조림을 선택한다.



1. 잘라서 냉장고에 얼려둔 파를 꺼낸다. 올리브기름을 두르고 고추가루를 뿌려 파기름을 낸다. 달짝지근하고 매콤한 냄새가 올라온다.

2. 다진마늘을 파기름에 추가한다. 오일파스타에 마늘이 없다는 건 미역국에 참기름을 빠뜨리는 것만큼 큰일이다.

3. 파스타면은 얇은 카펠리니면을 선택한다. 두께는 소면과 같지만 소면 특유의 밀가루 냄새는 적다. 조금 더 쫄깃하고 간이 잘 베인다. 식감이 좋다.

4. 면수에는 소금을 넣는다. "아~ 라면에 물이 좀 많네"하는 염도를 상상하며 소금으로 간한다. 팔팔 끓으면 면을 넣고 3분간 끓인다.

5. 참치 통조림을 깐다. 통조림 안의 기름을 버리고 파기름을 낸 후라이팬에 참치를 넣고 볶는다.

6. 익은 면을 프라이팬에 넣고 함께 더 볶는다. 면수를 조금 추가한다.

7. 믹스허브가루나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갈아서 추가하면 좋다.


 

 짭짤한 면이 입안을 감싼다. 소금에 탄수화물이  없을리가 없다. 고소하고 따뜻한 참치가 위장을 든든하게 덥혀준다. 올리브오일에  볶아진 참치는 촉촉하다. 매콤한 파기름이 참치의 비린내를 잡아준다. 마늘향이 더해지면 더욱 향이 좋다. 치즈가 감칠맛을 더한다. 역시 풍미지방을 따라갈 수가 없다.

 한 끼를 부족하지 않게 먹었다. 허기를 '처리하거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한 끼의 식사를 했다.


생물 고등어와 쇠 통조림 사이의 어떤 지점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지속가능한 한 끼

나를 향한 담백한 표현

오늘의 메뉴는 [일상의 '담백'질, 참치파스타]


매거진의 이전글 밥도 못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