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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Oct 18. 2018

연말의 빛

기온이 낮아진다. 해가 짧아진다. 춥고 어두울 때, 빛은 더 가치 있다. 거리마다 걸린 형형색색의 알전구, 작은 빛들이 연말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이유다.      


연말이 다가오면 올해는 뭘 하고 살았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어떻게 살았나를 생각해야 무엇을 기억하며 마무리할 것인지를 알게 된다. 친구와 술 한 잔하며 작은 사건들 하나하나 꼽아본다. 부서가 바뀌거나, 프로젝트가 잘 안 되거나, 인연이 어긋나고 또 다가오는 아주 일상적인 사건들이 떠오른다. 친구와 함께 짠 듯이 말한다. 우리 열심히 살았네?     


사실 진짜로 ‘열심히’ 살았는지는 모르겠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고, 살고 싶을 정도로만 놀았다. 살고 싶은 정도로만 일하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논 것 같기도 하다. 이런들 저런들 밍밍한 2018년도 따지고 보면 평범한 1년일 뿐이다. 2017년이, 2016년이, 2015년이 그랬던 것처럼. 알면서도 연말엔 꼭 되짚어보고 싶다. 그냥 나이만 또 먹는 건 서운하다.     


연말엔 알전구만큼 작더라도 빛이 필요하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 몇 가지 있었던 좋은 일들에 감사하는 마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나쁜 일들이 잊힐 거라는 기대. 가까운 사람과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작은 사건들이 사실은 그런 종류의 빛인 것이다. 춥고 어두워도 작은 빛들이 반짝이는 연말의 이미지처럼 말이다.     


가게와 건물을 감싸는 그 흔해빠진 빛들이 매년 질리지도 않고 돌아온다. 창고에서 먼지를 털고 올해를 기념하듯 걸린다. 특별하지도 않아도, 연말이 되면 우리는 언제나 그 빛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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