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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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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Sep 18. 2020

당신에게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애도 인터뷰. 네 번째 질문 (4/9)

오늘의 질문 4.

당신에게 고인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장면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네 살 차이 나는, 재능 많은 동생.


 어렸을 때 제가 동생을 질투했대요. 부모님의 사랑을 뺏긴 기분이었나 봐요. 초등학생 때쯤 방을 같이 쓸 때 제가 많이 때렸대요. 그래서인지 제가 넘어지는 등 민망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동생이 유난히 웃고 놀리며 좋아했어요.

 동생이 산타클로스를 믿었던 7살 때쯤, 엄마 심부름으로 제가 동생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갔어요. 동네 문방구에서 갓난아이만한 보라돌이 인형을 사서 은색 바탕에 분홍색 별 모양 무늬가 있는 포장지에 포장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데 맞은편 멀리서 롤러블레이드를 탄 동생이 보이는 거예요. 언니- 이러면서 저한테 오는데 당황한 저는 선물을 들키면 안 되니까 집으로 도망갔어요. 배를 누르면 노랫소리가 나는 인형이었는데 마구 달리다 보니까 노랫소리가 나와서 더 당황하며 허겁지겁 뛰어갔어요. 밖에서 언니를 불렀는데 도망 갔다고 동생이 속상해했어요.

 

 둘 다 스무 살 넘어서는 안 싸웠어요. 제가 대학교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를 해서 가끔 밖에 못 보기도 했고요. 어느 날은 동생이 전화해서 근처인데 만날 수 있냐고 해서 왜 이렇게 갑자기 얘기하냐며 미리 연락하라고 퉁명스럽게 받았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후회돼요. 동생이 그린 그림을 티셔츠로 제작하고 조개 목걸이며 팔찌 같은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플리마켓에 나갔는데 그때 가볼 걸 그랬네요. 동생이 테슬 귀걸이를 만들었다고 보여줬는데 빗자루 같다고 말한 기억이 나요. 가끔 주말에 집에 들르면 동생이 수분크림을 통에 소분해서 챙겨준 것도 생각나요. 혼자 밖에 나가서 사는 게 힘들었는데 동생 방에 가서 아무 말 않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마음에 위로가 됐어요. 나도 동생에게 힘이 되는 언니였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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