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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Sep 21. 2023

미운 놈에게만 떡 하나 더 주세요.

귀여운데 사탕은 왜 주는 거죠?

다 돌아간 세탁기 속에서 비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다.

막내아들이 몰래 먹고 주머니에 넣은 마이쭈 껍질이 젖은 빨래들 사이에서 반짝거린다.


어라, 이거 언제 사줬지?


이번만이 아니다.

나는 아들의 8년 인생에 단 한 번도 마이쭈를 내 돈 주고 사줘 본 적이 없다.

사탕도, 젤리도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도 아이는 내가 사준 것보다 더 많이 바깥에서 "얻어"먹고 있다.

비만인 아들을 키우면서 "세상 이렇게 단것으로 넘쳐날 수가 있어?? 귀여운데 사탕은 왜 주는 거야!"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웃들은 오고 가는 길에 아이가 귀엽다 젤리를 사주고, 학원이나 유치원에서는 칭찬을 할 때마다 사탕을 한주먹씩 나눠준다. 생일파티,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핼러윈... 무슨 날만 되면 듣도 보도 못한 과자와 음료수들이 종류별로 지퍼백에 정성스럽게 담겨 가방에서 쏟아진다.

학교에 들어가면 좀 나을까 싶었지만, 입학식날 교문에서 이미 학원전단지와 함께 들어있는 츄파츕스를 받고, 축하 꽃다발 아 축하 마카롱 다발을 나눠먹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소할 때, 새로 학원에 등록할 때, 학교에 입학을 하고 첫 상담을 할 때도 난 한결같이 선생님들에게 부탁했다.

우리 아이가 비만이니 다 같이 간식을 먹게 되는 경우에는 집에 가서 엄마 보여드리고 먹으라는 얘기 좀 해주십사 하고 말이다.

아이가 집에 가져오면 어쩔 수 없이 몇 개는 건네고 나머지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설탕과 색소덩어리...


조금도 아깝지 않다.


나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간식쇼핑을 하지 않는다.

마트 가판대에 묶음할인된 과자뭉치를 보아도, 어느 날은 내가 못 견디게 군것질을 하고 싶은 날도 애써 그것을 외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아이는 어디에서 났는지 오늘처럼 젤리껍질을 갖고 있다.

단것들이 보이기만 하면 버리는 엄마이기에 아이는 그것들을 받으면 집에 들어오기 전에 입에 넣어버린다.

몰래 숨어서 먹게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집 밖에서 주는 간식이 불편한 엄마는 나뿐이 아닐 것이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 치아부식증이 있는 아이, 특정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둔 엄마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아니, 특정 질환 때문이 아닌 평소 먹거리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일반 가정에서도 무분별하게 나눠주는 단 것들이 못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껏 못마땅해 할 수도 없는 것이, 주는 쪽의 의도에 악의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좀 더 사려 깊지 못함이 아쉬운 것은 상대가 어른들과는 달리 몸에 좋은 것, 나쁜 것 가려먹을 줄 모르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 혹할만한 장난감을 성분불명의 과자들에 붙여파는 것을 쥐어 줄 때면 화가 나기도 한다.


니 자식이면 이거 사주겠니?

미안하지만 솔직히 묻고 싶다.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호의를 표현하는 가장 값싸고 편리한 방법이 "단거 아무거나" 사주는 것이다. 

어른들은 단 것으로 아이들의 호감을 사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유치원과 학원 같은 기관들도 각종행사들을 기획할 때, "단거 아무거나"뿌리고 있는 게 아닌가 되돌아보고 자정 할 필요가 있다.

정말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무엇을 주는 것이 좋을까, 좀 더 시간과 정성 들인 고민을 해주길 바라본다.


먹을 것이 전혀 아쉽지 않은 시대.

오히려 출처모를 간식들을 받아먹는 것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정말 그 아이가 예쁘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 어떨까.

정말 미운 놈에게만 떡을 하나 더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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