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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Nov 05. 2024

근육 0.9KG을 얻었다.

헬스 두 달 차

하룻강아지가 설친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헬스 석 달 차에 접어들었다. 좀 깝쳐 보겠다.   

   

나이는 짐작하겠지만 밝히지 않겠다. 키와 체중은 자신 있으므로 밝힌다. 172cm 50.4kg이었던 나는 헬스 두 달 만에 52.7kg이 되었고, 까불고 싶은 지점은 골격근량이 19.9kg에서 20.8kg이 되었다는 것에 있다. 이 수치는 표준 골격근량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왜소한 수치임에는 분명하지만, 근육 0.9kg를 얻었다는 건 하룻강아지에겐 놀라운 성과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안타깝게도 특별한 일은 거의 없었다.) 일주일에 여섯 번, 하루 2시간 동안 죽기 살기로 하려던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죽기 살기로 운동하게 되었다.     


1. 천국의 계단: 레벨 7~8/ 10분

2. SIT UP: 200개 1 SET

3. LEG RAISE: 20개/ 3 SET

4. LONG PULL: 10KG/ 30개/ 3 SET

5. CHIN UP: 55KG/25개/ 3 SET

6. SHOULDER PRESS: 5KG/15개/ 3 SET

7. TOTAL HIP: 좌/우 35KG/30개/3 SET

8. IN OUT THIGH: IN 20KG/30개 /3 SET +15KG /100개/ 1 SET

                                OUT 25GK 30개/ 3 SET +15GK/100개/ 1 SET

9. DUMBBELL 3종 세트: 4KG/20개/3 SET

10. HYPER BACK EXTENSION: 30개/ 3 SET

11. 천국의 계단: 레벨 6/ 10분

12. 스트레칭     


이것이 두 달 동안 정착된 루틴이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겼고 하루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마도 ‘하나(물론 마음속으로) 훅(숨 내뱉는 소리), 둘 훅, 셋 훅~’ 일 것이다. 기구사용법과 운동법은 트레이너님께 배웠지만, 개인 PT가 아니어서 루틴은 맘대로 짰다. 코어와 상체근육을 늘리는 게 목표였는데 근력을 키우려면 허벅지 근육이 관건이라는 조언을 듣고 하체 운동이 추가되었다.      


백수에게 정기적인 일정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만족감이 커서 대체로 즐겁게 운동하러 간다. 천국의 계단을 오를 때의 대혼란은 점점 익숙해졌고 처음으로 싯업을 200개 연속으로 해냈을 때는 나의 근성에 감탄하며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레이너님의 말대로 모든 운동을 숨이 깔딱 넘어가기 직전까지 하려고 애썼고 그 순간을 넘기고 살아남을 때마다 살만해져서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      


운동할 땐 머릿속이 비워진다고 하던데 숨이 넘어갈 때도 나는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조금만 더 해봐, 할 수 있어. 아직은 숨 넘어갈 타이밍 아니야. 이것도 못하면 넌 아무것도 못해.’ 자신을 밀어붙이고 힘들게 해야 만족해하는 인간임을 확인하는 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이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마음을 만들어 주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할 수 없을 거라는 마음 탓에 운동을 시작했고 실제로 무기력은 많이 해소되었다. 시작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것과 동시에 운동이 다른 문제들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헛된 것이었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운동은 그저 발판일 뿐이다.     


두 달 동안의 운동으로 충분히 얻을 것을 얻었다. 난간을 잡고 부들거리며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오늘도 해냈다고 앞으로도 할 수 있다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낸다. 비록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두 달짜리 헬스인은 이렇게 자랑을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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