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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Nov 12. 2024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너무 기뻐 하늘 보고 소리를 지를 날이요.

  좋아하는 고양이가 생겼다. 처음 보자마자 반해 버렸는데 그 뒤로 만나지 못했다. 익숙지 않은 동네에 좋아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함께 산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마음을 내어 주지 않으면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절로 주어지지 않는구나.    

   

행복은 사방에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진실로 그러하다.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보기만 하면 된다. 눈앞에 행복을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건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이고 불행히도 대부분의 인간에겐 여유라는 게 없다.      


요즘 내가 알아본 행복은 겨울 냄새를 맡은 것, 내 취향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시트러스, 진저 계열의 룸스프레이를 구매한 것, 꽁꽁 아껴두었던 빈티지 원단으로 수납장을 리폼한 것, CD플레이어로 좋아하는 앨범을 온종일 틀어놓고 지내는 것. 땀에 흠뻑 젖은 운동복을 벗는 것. 아침마다 따뜻한 보이차를 마시는 것. 같은 종의 새들끼리 삼삼오오 떠 있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정도이다.      


어쩌다 내게도 마음의 여유라는 것이 생기면 행복을 보게 된다.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찰나의 감정으로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견디고 버틴다. 나처럼 좋은 것보다 싫은 게 더 많은 사람은 싫어하는 걸 줄이려고 애쓰기보다 좋아하는 걸 늘이는 게 더 수월하다.     


부산은 매년 11월에 불꽃 축제를 연다. 19회 차에 접어들다 보니 대부분은 차가 밀릴 테니 절대 밖을 나가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불꽃 축제를 대한다. 내게 불꽃 축제는 처음에는 환희로 환희는 설렘으로 셀렘은 번거로움으로 번거로움은 무관심으로 무관심은 뿌듯함으로 뿌듯함은 외로움으로 외로움은 착잡함으로 바뀌었다. 


작년의 나는 내년에는 불꽃 축제를 집에서 보지 못할 거라고 단언했었다. 하지만 올해의 나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불꽃 축제를 지켜보았다. 도로에 관광버스가 줄줄이 정차했고 할머니들이 버스에서 조심스레 내렸다. 평소 러닝하는 이들만 간간이 보였던 한적한 인도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그들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열을 맞춰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좀비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언니와 깔깔깔 껄껄껄 웃었다.      


그게 눈에 보였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행복을 찾아서 걸었다. 고작 불꽃 하나가 그들의 일상에 특별한 이벤트가 되어준다는 사실이, 스스로 그것을 찾아 앞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고 애틋했다.  

   

불꽃이 터지기 시작하자 동네 개들이 짖었다. 우리는 그 소리에 놀라서 벌벌 떨던 강아지 쫄랑이를 추억하며 웃었고 이제는 순간의 그리움이 돼버린 것도 알았다. 나의 집에서 지켜본 불꽃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멋져서 우리는 동시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불꽃 축제 같은 건 관심 없던 언니가 이제 매년 나의 집에 오겠다고 선언했다.      


시판 소스로 만든 나의 엉터리 파스타를 모두가 맛있다고 잘 먹어 주었다. 언니 졸업식 이후로 스파게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엄마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무얼 놓치고 살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들이 행복해지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다. 불꽃은 착잡함에서 다시 행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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