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비 8시간전

40대에 구직활동을 시작하다.

아찔하다.

 이번 주부터 구직활동을 시작했는데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보다 더 시끌벅적하고 다이내믹한 멘탈의 대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온몸이 달달 떨린다. 구직활동이라는 걸 해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거짓말이다. 사실 기억난다.) 자소서를 쓰면서 진짜 내 마음을 적는 건지 소설을 쓰고 있는 건지 헷갈리고 몇 시간 동안 겨우 완성해서 들여다본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렇게 쓰는 것이 맞는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소파로 몸을 던진다. 시체자세를 취하고 누워서 후 하 후 하 마음을 진정시킨다. 갑자기 들리지 않았던 층간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 취업할 수 있을까. 끝내 못하게 되면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또다시 우울증의 늪에 빠져 먹지도 자지도 못하다가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는 건가. 내 생각의 흐름은 왜 이딴 식인가.      


갑자기 엄마가 언급했던 영탁 님의 콘서트가 떠올라 검색해 보았더니 다행히 티켓팅 일정이 다음날로 예정되어 있었다. 내 직감만은 아직 쓸만했다. 임영웅 님에 비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티켓팅했고 1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새로고침과 몇 번의 결제취소를 반복하여 전진했다. 매우 뿌듯한 순간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면 되는구나. 이 마음으로 구직활동을 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그 다짐은 하루, 아니 반나절, 아니 몇 시간 만에 다시 무너진다.       


나는 또 오버한다. 내가 했던 일 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일은 이혼이 아니라 구직활동이라고.    

  

구직활동과 동시에 겨울이 찾아왔다. 그렇게 바라지 마지않던 겨울이건만 차가운 날씨에 맥을 못 추리고 어깨가 움츠러들고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 있다. tv에서는 벌써 시상을 중계한다. 그들은 올해의 성과를 트로피로 인정받았다. 그건 비단 올해의 성과가 아니라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시간 동안 갈고닦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겠지.      


그들과 비교하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짓인지, 그건 마치 일론 머스크보다 돈이 없다고 칭얼대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반짝이는 그들을 보며 한없이 초라해지는 불행의 짓거리를 멈출 수가 없다.      

그동안 나는 갈고닦았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올해 내 손에 쥐어진 트로피는 없다는 것이다. 이혼하는 것을 핑계 삼아 시간을 허비했고 최대한 일하기를 미루어왔던 게으름뱅이, 그러면서도 마음껏 자학하지도 못한 겁쟁이였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구직활동을 위해 두 달 동안 자격증 2개를 딴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것을 큰 성과로 삼으려고 했으나 자격증은 그저 빈칸 한자리를 메꾸는 용도로 쓰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두 달 치의 취업의 기회를 날렸다.

      

후 하 후 하. 알고 있다.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수업을 같이 들었던 P님이 이미 수십 번의 도전을 하였지만 한 군데도 연락받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100번 도전하면 한 군데는 연락이 오겠죠’라고 말했던 나의 찰나의 무모함과 용기를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   

  

반짝반짝 빛나던 20, 30대의 나는 40대에 취업의 고난을 경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시 한번 그 사실을 상기시킨다. 꿈에도 몰랐던 일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러니 닥치고 셀 수 없이 많은 새로고침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