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
40대에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_에필로그
직장인으로써의 시간이 그리 길지 못 했다
딱 1년.
그것이 내 계약기간이였다
상황상 계약이 연장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인력이 부족해서 계속 뽑고 있었는데
막상 구인이 잘 안되고 있었기고
사람 머리수가 하나라도 더 필요했기에..
그런 와중에 계약연장이 되지않으니..
나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상당히 낙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뭐 내 입장에선 억울한것도 있고
변명이든 뭐든 말할만한 것도 있지만
결론은 나의 부족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 사회인으로써 꽤 능력을 인정받았던 나였다
물론 지금은 회사생활이 완전 처음인데다 하는 일도 처음인지라
나이만 많았지 이제 막 취업한 20대라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손도 더디고 이해도 한발 늦는게 40대였다
작년은 특히나 본사에서 이제 막 분점을 낸 사무실에서
나 포함 신입사원 세명만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래서 사실 제대로 된 일을 해볼 기회도 없었다
상사한테 배울 기회도 당연 거의 없었고
업무지시도 전화와 카톡으로 이어졌기에
미숙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였다.
올해부터 사무실에 따로 사업편성이 되고 팀이 꾸려져
드디어 제대로 일하고 배울 기회가 왔다
나는 지금 하는 일에 관심이 생기고 배우고 싶었기에 기대가 컸다
솔직히 정규직을 꿈꾸진않았고
1년은 계약을 더 연장해줄것이라 생각했다
말한데로 제대로 한것도 없어 보여줄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가 붙잡고 싶을 만큼 뛰어난 인재가 아니란건 안다
하지만 쓸모가 없는편도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회인으로써 나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자신감,자존감등등
그 모든것이 와르르 무녀져버리는 기분이였다
이제 나는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있다
(29일은 마지막 연차를 쓸꺼라 28일이 마지막 출근이 되었다.)
'다시 다른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까...'
1년이란 경력은 너무 짧았고 그 마져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시간이였다
'나이까지 많은 내가 같은 계열 회사라도 어필할 수 있을까?아니면 아예 다른 일을 해야할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직장생활이 아니여서 더 그렇다
나는 아내로써 엄마로써 또 주부로써..
모든걸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디든 받아주면 넙죽 엎드려 가야할 처지인데
이래저래 따질 상황도 많으니...
그나마 5~6개월 나올 실업급여에 위안하며
직장생활로 놓쳤던 아이케어나 집안일도 해놓고
다음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겠다 다짐할 뿐
뭐 대단한 직장을 간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 경력단절의 같은 엄마들에게
다시 사회로 나갈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되고 싶었다
아무 경력도 없는 나도 해냈다고..
하지만 그 작은 희망이 너무 금새 꺼져버렸다
반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
지금 계약연장이 안된게 안 아쉬울만큼
더 좋은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느껴질 상실감과 박탈감을 어찌 극복해야할지도 걱정이다
이 모든 시간이 언젠가는 또 지나가겠지만
지금의 나는 견뎌내야할 때가 되었다
부디 쉬는 그 시간 동안도
그 이후의 시간도
좋은 소식으로 만날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