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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야채 Jan 03. 2024

감정기복 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5가지

본인 별명은 김기복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5가지


감정기복이 큰 사람이 있다. 

특징을 굳이 정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에 세워둔 계획을 다 해낼 수 있을거라 믿었다. 해내는 장면까지 상상한다. 설레고 두근댄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갑자기 감정이 바닥을 친다. 자신감을 급격히 잃으면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거라 좌절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나, 일을 시작할 때, 심지어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조차도. 모든 상황에서 이 진폭이 반복된다.


기복 심한 사람 주변인들은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주로 하는데, 부디 춤추지 말아달라. 시간낭비다. 그냥 강아지나 고양이 우는 소리가 어디서 들리니 하면 된다. 갑자기 불탔다가 가라앉는 돌덩이처럼 간주해주면 좋다. 이번 글은 감정기복 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5가지이지만, 번외편으로 <감정기복 심한 사람의 주변인들을 위한 5가지 조언>을 준비하려고 한다. 사실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기분도 없지 않다.


감정기복 심한 사람을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실은 내가 기복이 좀 있는 편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김기복'이라는 별명으로 놀림 당하기도 했다. 어떤날은 한없이 우울해졌다가 조금 지나면 갑자기 명랑해지는 식이다.  그래서 이 거친 습관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주변 피해 없이, 자신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정리해봤다.


1. 죽어도 마무리 한다

기복 심한 사람들은 기운이 차오를때 (혹은 그렇다고 믿겨질 때) 여러가지 일을 저지른다. 매일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를 올리겠다 마음먹는다. 고마웠던 인연에게 감사 안부 메시지를 보내겠다며 안부 명단을 끼적거린다. 어학공부를 하겠다며 책을 잔뜩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게도) 기운이 빠진다. 이러면 처음 마음먹었던 결심이 차게 식으면 갑자기 하던 것을 중단하게 된다. 감사 안부 명단 리스트 작성을 완주하기도 전 중도포기 한다. 헬스장에 가서 스쿼트 몇개, 데드리프트 몇개를 하겠다 다짐하면서 힘차게 옮기던 발걸음도 갑자기 돌린다. 문제는 이게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일단 저질러보는 것, 해보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특히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0대, 20대의 젊은 나이를 제외하고 중간에 그만둘 생각이면 시작을 안하는게 낫다. 30대가 넘어가면 시간과 에너지가 급격히 한정적이라는게 느껴진다. 시`간이 미친듯 빨리 흘러간다. 임신, 출산, 육아를 할 생각이 있다면 더 그렇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중간에 저질러놓고 중간에 내팽개친 것들을 보면서 '번아웃' 같은 말로 포장하면 안된다. 평소대로 변덕을 부렸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죽어도 마무리한다고 다짐해야 한다. 그렇다. 감정기복 심한 사람에겐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중요하다.


2. 기복을 끌어안는 시간 갖기

하루에 가장 기복이 넘나드는 때가 언제인지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아침 시간에 기분이 특히 우울하거나 급격히 업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겐 격한 달리기나 계단오르기 같은 운동을 추천한다. 아침대는 운동하기에 좋은 시간대이므로 그렇다.

나 같은 경우는 평균적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부터 잠에 들기 전의 시간에 가장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때 꼭 술을 마신다. 나도 술을 못하는 편인데 기분이 오락가락 하면 레드와인 한잔이 간절해진다. 술을 적당량만 마시면 괜찮은데, 과해지고 중독이 되면 몸에 해로우니까 절제해야 한다. 기분이 그렇다고 해서 매번 술을 마시면 간에 심각한 무리가 온다. 그러니 술을 찾기 보다는 술이 땡기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유는 뭐다? 역시 감정기복 때문이다. '그래. 기복이 왔니? 오늘도 잊지 않고 찾아왔구나' 라고 스스로 반겨주자. 


이 기복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사실 많은 개인적 발전이 일어날 수 있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고, 뭔가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잡다한 글을 때려박은 블로그를 해도 좋다. 또 이리뛰고 저리뛰는 미친 말 같은 생각을 누르는데는 독서만한게 없다. 사실 작가라는 직업만큼 감정기복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들도 없다. 모든 작가들의 공통적 습관이자 직업병은 독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듯 책을 읽는 이유는 뭘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다. 또 반신욕도 좋다. 향초를 피우면서 목욕을 하다보면 기분이 안정되고 불뚝불뚝 거렸던 기분이 천천히 안정적으로 내려오는 기분이 든다. 이렇듯 기복이 찾아오는 시간에는 뭔가를 무리해서 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히 하는데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도저도 하기 싫으면 심각해지지 말고 예능 프로나 보면서 깔깔대는게 훨씬 득이 될 것이다.


3. SNS 금지

기복이들은 SNS에 취약하다. 그러니 근처도 가지 말자. 우리 같은 사람들은 SNS를 보면 갑자기 기복이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평상시에도 SNS가 위험한데, 기복이 찾아왔을때 SNS를 접했다? 틀림없이 흑역사를 제조할만한 뭔가 글을 올린다거나 사진을 올릴 것이다. 감성에 젖은 글을 쓰는건 차라리 다행이다. 뜬금없이 누군가를 저격한다. 그게 아니라면 광고 콘텐츠를 보면서 충동소비를 한다. 또 모르는 누군가의 자질구레한 일상들을 보면서 기분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굳이 접속해서 SNS를 보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보기 싫으면 안보면 되는 거다.


감정기복 심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들이 너무 과잉으로 다가온다는데 원인이 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 지나가던 행인이 그냥 날씨가 안좋아서 찌푸렸을 뿐인데, 자신을 보고 찌푸린다고 생각한다. 앞서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자신을 못보고 문을 코앞에서 닫고 가버릴 수 도 있다.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가 유독 냄새가 고약할 수 있다. 친했다고 생각했던 지인이 어느날 갑자기 조용히 나를 언팔한다. 


세상은 원래 그냥 그런 설명할 수 없는 불친절이 널려 있는 곳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뜻모를 불친절과 불쾌감을 흘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모든게 과잉정보로 받아들여지는 기복이들은 세상의 모든 불친절과 친절들을 다 이해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조금 더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수밖에. 그러기 위해선 괜한 소모적인 행위를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그중 하나가 소셜미디어 줄이기다. 

소셜미디어가 세상에 등장한지는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마약의 역사는 100년 이상이 넘었다. 인류 역사에서 등장한지 오래된 마약은 현대사회에서 위험하고 근절되어야 한다는 제도적 마련이 되어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렇지 않아 더 위험하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전두엽이 미성숙한 10대들에겐 소셜미디어가 마약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SNS를 홍보나 상업적 사용 정도면 목적이 분명한거니 상관없지만, 이 공간에서 개인적인 과몰입을 했다간 정서적/감정적 손실이 온다. 어쨌거나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 자연을 지켜본다

기복이들은 자연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 괜히 무당들이 산속에 틀어박히는게 아니다. 그들은 숨통트고 살기 위해 자연과 가까이 한다. 정기적으로 불멍, 풀멍, 물멍을 해야 한다.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관찰하면 좋다. 비가 내리고, 해가 비치는걸 잘 봐야 한다. 세상이, 자연이 기복 그 자체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또 대단한 존재인지 생각해본다. 자연의 기복을 읽고 그 안에 나를 맡겨야 한다. 


감정기복 심한 현대인들의 가장 큰 취약점은 지나치게 인공적인 주변환경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버튼을 누르면 누르는대로, 스위치를 끄면 끄는대로. 입력한대로 출력을 하는 시스템 속에 갇히는 건 기복이들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아무리 비싸고 남들이 좋다고 하더라도 인공 속에 갇히면 필연적으로 조울증이 온다.


기복이들은 자연의 기복 속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편안함을 찾을 수 있다. 유명 연예인들 사례만 봐도 그렇다. 탑스타 이효리는 스스로 감정기복이 심하다고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인정했을 정도다. 그런 그녀가 왜 굳이 제주도까지 내려가 자연을 벗삼아 요가를 할까. 그녀에겐 빽빽하고 숨막히게 들어선 아파트뷰나 도심 속 펜트하우스가 오히려 쥐약이었다. 다른 기복이들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이들은 자연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는다. 밤 늦도록 번잡하고 시끄럽고 번쩍이는 곳은 피하는게 좋다.


5. 창작을 멈추지 말 것

신이 그나마 기복이들에게 준 한가지 선물이 있다면 바로 창작욕구다. 사실 기복이 있으니 뭔갈 만들고 싶고, 도전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거다. 기분이 늘 한결같은, 감정이 일정한 사람이 창작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잘 못봤다. 애초에 기복이 없다면 공부를 잘해서 공무원이 되거나 변호사, 의사, 회사원, 자영업자 등등이 되어 일상에 충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는 일도 없고, 결정적인 무리가 없으면 이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깬다거나, 무모한 일에 큰 리스크를 걸지도 않는다. 기복이 없으면 무슨 일을 하건, 어느 직장에 들어가건 성실히 묵묵히 승승장구 하는 삶을 산다. 개인적으로 제일 부러운 부류다.


그래도 괜찮다. 기복이들에겐 창작활동이 있으니까. 예술적으로 인정 받건, 아니면 인정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무관심하건 상관없다. 스스로를 위한 창작활동을 해야만 한다. 부디, 갑자기 찾아온 기복이와 함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미친춤을 추며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길 바란다. 당신에겐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분명 있다. 끝까지만 하면 된다. 


이 글을 끝까지 읽는 당신에게 건투를 빈다.

당신은 아마 직장을 갑자기 뛰쳐나왔거나,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졌을 것이다.

냉장고에 미처 완성을 하지 못한 밀가루 반죽이 들어있을 것이다.


변덕스럽고 기분이 널뛰는 자기 자신에게 불만스러워 미치겠는데, 사실 이보다는 잘 해낼 수 있다는걸 잘 안다. 그게 정답이다. 제발 당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깎아내리지 말아달라, 비하하지말고, 집어던지지 말고. 불쑥거리는 기분 때문에 밤잠 설치지 말고. 기복이와 함께 찾아온 그 아이디어, 그 열정을 끝까지 가지고 차근차근 해내길 바란다. 냉장고의 밀가루 반죽은 3일 지났으면 치우는 것부터 먼저 하길 바란다. 당신의 건투를 빈다. 이미 타고난 행운아인 당신에게 더 큰 행운이 깃들길. 간절히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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