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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야채 Feb 19. 2024

조리원 동기들과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은근 오래간다는 '조동'

아이를 낳고 나면 세상이 천지개벽 한다더니 성격도 참 많이 변했다.

나는 원래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지양하는 편이었다. 


불필요하다? 쓰고나니 이상한 표현이다. 

최소한의 인간관계가 맞는 말 같다.


그러니까 초, 중, 고, 대학교의 소수의 인연 몇을 제외하고,

사회에서 일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사무적인 관계를 제외하면 

사람들과 친해지는게 힘든 타입이었다.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해서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곁에 잘 안두려 했다. 

내가 상처를 줄까봐 일부러 방어적으로 굴었다.


그런 내가 아기를 낳으면서 이 세상에는 혼자 있는 일이 한개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온 몸이 흐물거려서 누워있을 때,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했다. 

따뜻한 미소와 음성만 스쳐도 눈물이 줄줄 날 지경이었다. 


3월에 같이 아기 낳은 엄마들하고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조리원 동기의 장점은 이렇다.


1. 다른 집들은 아기를 어떻게 기르는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우리 조리원 동기 멤버는 나까지 포함해 총 7명이다.

모두 양육 스타일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어떤 엄마는 아기가 100일 때 빠른 복직을 했고, 어떤 엄마는 전업주부를 하고 있다.

또 어떤 엄마는 벌써 둘째(!)를 임신했다.

함께 3월생 아기를 길러낸다는 공통점만 같다.

너무나 다양하게 살아가는 엄마들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간의 정보나 도움을 나눌 수 있어서 즐겁다.


2. 아기의 친구를 만들어줄 수 있다.

두돌 정도가 되면 아기는 함께 놀 친구가 필요한 것 같다. 

함께 뛰어놀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또래친구면 좋다. 

둘째 아이라면 첫째와 노는게 가능하겠지만, 요즘은 대다수가 아이 하나만 낳으니깐..

나와 남편은 아직까지 더이상의 출산계획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외동 확정이지 않을까 싶다.


3. 가장 가까이서 육아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지

특히 신생아 때는 한두달 차이만 나도 육아 고민이 달라진다.

50일 경의 우리 아기는 분유를 먹고 소화를 잘 못시켜서 구토를 하는게 가장 큰 고민이었고,

100일 쯤에는 수면 문제로 고생했다. 300일 가량 됐을 때는 걷기 연습은 어떻게 시켜줘야 하는지 머리를 짜내고 있다.


애기 둘을 낳은 언니는 왜 조리원 동기같은건 만드냐며 나에게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수많은 육아 관련 글들은 빠짐 없이 본다.

온라인에서 익명의 존재들과 만나느니...오프라인에서 만나는게 낫지 않겠어...?


언젠가부터 관계에 대한 냉소, 타인에 대한 혐오가 너무 쉬워진 세상이 됐다.

부정적인 측면이 무한대로 강조돼서 '맘충'같은 단어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인다.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엄마들끼리라도 똘똘 뭉쳐야 숨통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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