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그냥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해야지 뭐. 철없고 정신없고, 제멋대로고."
"남편의 끝도 없는 자기애를 보고 있으면 나르시시스트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니까. 어떻게 저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 수 있지?"
"MBTI 성향이 F인 남자랑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항상 해결책과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남자랑 살아보고 싶어."
여자의 모임에선 남자 친구에 대한 험담이, 그리고 엄마들의 모임에선 어김없이 남편에 대한 험담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남편이 훌륭하고 완벽하다는 여자는 세상에 없다. 어떤 대화를 주제로 시작하라도 결국 남편에 대한 단점이 하나씩 까발려진다. 아이를 둔 유부녀들이 모인 카페는 어느 테이블이나 각자의 남편들이 난도질당하고 있다.
사실, 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내가 어떤 남자와 살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나는 주로 남편을 지독한 짠돌이 캐릭터로 만들어 희화화하곤 한다. 둘째를 임신하게 되고, 둘째 아이의 성별이 밝혀졌을 때였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성별이 같다는 걸 주변 엄마들에게 알리면서 "남편이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성별이 같아서 돈이 많이 안 든다는 점을 가장 좋아했다니까요."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사실 이건 재치와 유머를 섞어내는 과정이고, 내가 어떤 남자와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프로세스다. 물론 남편이 같은 자리에 있었을 때 즐거워할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확률로 "맞아"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할 것이다.)
1. 결속력을 느끼고 싶어서
유부녀들의 모임에서 남편을 희화화할 때, 와하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면 한편으로 뿌듯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사실은 남편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에 대한 자랑을 하기란 쉽지 않다. 남편 자랑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자랑이 되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 자랑,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지루하고 따분하기 때문이다.
2. 남편과 직접 대화로 풀지 못할수록 뒷담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기혼 여성들이 남편에 대한 험담을 하는 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도 있다. North Carolina at Greensboro와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의 교수 Heather M. Helms, Ann C. Crouter, Susan M. McHale은 2003년,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에 다음과 같은 글을 발표했다.
아내는 남편과 친구에게 비슷한 수준으로 결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남편과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친구에게만 많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결혼에 대한 애정은 낮고, 갈등은 더 비효율적으로 나타난다. 즉, 친구에게 남편의 뒷담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배우자와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친구에게만 뒷담을 하는 패턴이 문제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인과관계를 밝혀냈다.
남편과 대화가 활발한 아내는 친구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해도 부부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과 대화가 적은 아내는 친구에게 많이 털어놓을수록 관계의 질이 낮았다. 즉, 아내가 주변에 남편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남편과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3. 친구가 배우자를 대체하는 정서 자원이 될 수 있다.
배우자에게 기대했던 정서적 공감과 문제 해결 기능을 부부관계에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이를 친구가 대신 수행한다는 가설도 있다. 이는 단순한 수다나 뒷담이 아닌 정서적 공백을 메우는 행동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구조가 계속되면 서로 간의 애정은 낮아지고, 갈등은 더 악화될 수 있다.
Helms, Crouter, McHale (2003)의 결과를 보면, 남편은 결혼 관련 고민을 친구보다 아내에게 더 많이 이야기하는 성향을 갖는다. 남자들의 경우, '친구를 만나서 배우자 흉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는 결혼의 질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남자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1. 문제를 배우자와 직접 다룬다.
남편들은 결혼 문제를 외부 네트워크보다는 결혼 내부에서 다루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2. 개인이 가진 정서 표현 성향이 핵심 변수
남자들은 각 개인마다 정서를 표현하는 성향이 다 다르다. 어떤 남자는 자신의 감정과 정서 상태를 잘 표현하고, 대화를 잘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어떤 남자는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기도 한다. 유의미하게도, 자신의 심리상태와 감정, 정서를 아내에게 솔직하게 잘 말하는 남자들은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표현 자체를 잘하지 못하는 남자들은 결혼에 대한 만족도도 낮고, 이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남성의 경우 핵심은 누구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를 푸느냐가 아니라, 표현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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