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음소거 부부

by 스몰빅토크

35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둘째 임신 7개월차인 우리 부부는 말이 많지 않다.

아이가 생기면서 둘 사이의 대화는 더욱 줄었다. 정말 필요한 대화만 오고 갈 뿐이었다.


"분리수거, 쓰레기 갖다 버려줘."

"반품 택배 여기 내놔줘."

"낮에 우체국 등기 좀 부탁해."


왜 그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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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고난 성향

애초에 연애 때부터 남편은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다.

본인이 관심 있고 흥미 있는 분야에 우다다 정보들을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본인의 내면이나 감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남편의 내면에서 뭔가 소동이 일어날 때는 남편은 몸이 아프다며 그냥 누워서 쉬거나 잠을 잤다.


남편이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툴게 된 이유를 들여다본 건, 시댁 식구들을 알게 되면서였다.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의 시아버지는 말 그대로 '상남자' 캐릭터였다.

남편의 집안에는 여자 형제가 없이 남자 형제뿐이다. 가부장적이고 자수성가한 아버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안에선,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토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반면 나는 하고 싶은 말들은 줄곧 하고 살았다. 우리 집은 딸 밖에 없었고, 엄마는 남들의 시선을 무척이나 의식하는 편이긴 했지만, 자식들이 자기표현을 하는 걸 막진 않았던 것 같다. 좀 선비스러운 집안 분위기가 깔려 있었기에 마구 자유분방한 분위기도 아니었긴 하다.


나도 상담을 받고, 성향 분석을 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인데, 외부로의 감정표현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살고 있었다. 사실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에 대해선 경계하는 쪽에 가까웠다. 예를 들면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 슬프다고 눈물을 터뜨리는 것,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열광적으로 표현하는 것 등등 말이다. 언제나 냉정하고 차가운 태도를 유지해 왔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회피형이라고 보기도 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기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왔으니까. 타인에게 나로 인한 부담을 지워 주는 건 죽어도 싫었다.


이런 두 사람의 성향이 연애 때는 잘 맞았다. 둘 다 노골적인 감정표현을 싫어했다. 서로의 일상을 함께하면서 심적으로 의지가 되곤 했다. 대화가 많이 오고 가진 않아도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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