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준이는 혼자 흰 머리띠에 '필승'이라는 글자를 동여매고 공부하는 척하면서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 장항준 감독의 고등학교 동창 증언
지난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가 연일 화제다. 개봉 15일 만에 400만 관객수를 돌파하며 한국영화의 신드롬이 다시 일고 있다. 1457년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이후의 삶을 다룬 영화다. 역사적 팩트보다는 왕과 촌장, 그리고 마을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유대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뺏고 있다.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하고 제작한 제작사는 한번 거절당하면서도 '왕과 사는 남자'의 연출을 장항준 감독이 맡기를 바랐다고 한다. 왜 그렇게까지 이 영화를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길 바랐는지, 장 감독의 리더십과 캐릭터를 집중 조명해보려 한다.
과거 인기 많은 남성에 대한 이상형은 다음과 같았다.
- 계산적이고 뛰어난 지능
- 강력한 리더십
- 카리스마와 남성성
하지만 요즘 시대의 남성성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쪽으로 수요가 있다. 높은 지능과 뛰어난 학벌, 그런 건 이제 별로 매력이 없다. 똑똑한 지식을 가진 능력은 이미 AI가 다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을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귀하고 대체불가능하다. 엘리트 리더십은 힘을 잃고 있지만,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소프트파워형 리더십이 대세가 되고 있다.
촬영장에서 장항준 감독의 리더십은 여러 가지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점심식사 때가 되면, 아이처럼 신나서 밥차를 향해 뛰어간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젊은 현장의 스태프들이 눈치를 채고 자신을 앞서간다고 한다. 다른 감독의 촬영장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보통 감독이 먼저 밥을 먹어야, 나머지 스태프들도 밥을 먹을 수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난기 많고 격의 없는 장 감독의 촬영장에서는 이런 권위와 위계질서가 허물어져 있다.
영화에는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 배우가 쉬는 시간, 물장구를 치며 장난하는 순간을 스태프가 촬영을 하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그 영상을 보면서 유해진 배우가 장항준 감독에게 이 장면을 따로 찍어 영화에 삽입하자고 제안했다. 장항준 감독은 계획에 없던 장면이라 일단 촬영은 했는지 어디에 넣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편집 때 단종이 사망한 후 다음 장면으로 천진난만하게 아이처럼 노는 장면을 넣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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