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 사진 : 함께 학교 홈페이지
‘함께 학교’라는 플랫폼이 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인데 회원가입을 하면 교육 정책을 제안하거나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 있고 진로 설계 등의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요즘에는 공모전 소식을 올려주는 게시판도 생겨서 매일 들락날락하고 있다.
내가 이곳을 알게 된 계기는 칭찬 게시판 때문이었다. 게시판에 칭찬하고 싶은 학교, 학부모, 학생, 선생님의 이야기를 올리면 게시물을 프린트해서 당사자에게 전달해 준다. 다 보내주는 것은 아니고 선정과정이 있긴 하지만, 요즘같이 갈등이 많은 세상에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인지 모른다.
학부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곳이라서 함께학교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의 위치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학교 안은 선생님과 학생이 잘 꾸려나가야 하는데 학부모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서는 학부모가 편안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것을 물어봐도 되나? 이건 나만 모르나? 싶은 것들도 이곳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끔가끔 사이트를 들어가던 어느 날, 눈에 확 띄는 공지사항을 발견했다. 게시물 작성 가이드라인에 관한 것이었는데, 내용은 간단하다. 게시물을 작성할 땐 책임 있는 표현과 건전한 비판을 담을 것, 나와 생각이 다를지라도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해 줄 것. 반복적 공격이나 조롱, 비하와 같은 발언이 있을 때에는 사전 통보 없이 글이 삭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공지사항이었지만 뭔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다음 문장 때문이었다.
글을 쓸 때마다
"이 글이 나에게 온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한번 더 생각해 주세요.
조금만 노력하면 타인과 연결이 되는 시대는 편리함과 동시에 불쾌함도 연달아 선사해 주었다. 학부모가 된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다가온 무례함에도 즐겁게 대처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난도의 감정노동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달갑지 않은 상황이 여러 번 있었는데 조심히 복기해 보면 모두 타인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말이나 문장을 던졌을 때 발생했다. 그러나 대화의 관리 주체가 없으니 바로 잡을 기회가 없었고 유쾌하지 않은 상황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나의 가슴만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삶의 대화에도 어느 정도 관리해 줄 주체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례한 대화마다 레드카드를 던질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호루라기를 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의 말이 타인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더욱더 고민해서 글을 작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내 주장만 너무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었던 것이 맞는지, 어떠한 사건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스피커를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 번 생각한 후 글을 게시하기로 말이다.
이런 교육을 학교에서 매번 받지만 학생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니, 우리 조금만 더 고민해 보자고 누군가가 계속 경종을 울려줬으면 좋겠다.
브런치에 댓글이 달릴 때마다 내가 선뜻 열어보지 못하는 이유는 닉네임을 통해 던져진 무례한 댓글 때문에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소개에도 댓글을 못 본다고 써놨는데 댓글을 아예 안 보면 선플을 읽는 즐거움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였나보다. 함께 학교에 올라온 공지글이 반가웠던 이유 말이다.
앞으로는 서로에게 상냥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쌓여, 글을 쓰고 말을 뱉는 모두의 감각이 예민하게 깨어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곱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언어가 가득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 그 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을 추겠지?
*함께 학교 주소 : https://togetherschoo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