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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Jun 30. 2024

그 저수지의 비밀(3)

한동안은 잠잠하게 지나가나 싶더니, 직장 선배가 며칠 병가를 내고 직장에 나오지 않았는데 동네에 이상한 얘기가 돌았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주말에도 쉬지 않고 교회에 나가 아이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던, 까마득한 대학의 선배이자 직장 선배였지만, 술만 먹었다 하면 사람이 돌변해 주변사람 특히 그 가족을 못 살게 군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술을 마시고 넘어져 얼굴에 생채기를 난 채 근무를 하는가 하면, 가끔씩은 술병이 났다며 아예 병가를 내고 나오지 않는 등 주변인들까지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다른 병가보다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고, 나중에 들려오는 얘기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황당스럽기만 했다.


고향을 찾아 도시에서 일부러 자원근무를 해서 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사달은 선배의 형님이 산 다는 저수지 건너에 있는 본가에서 제사를 지내고 오다 일어났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이었지만 부모님 제사는 빠지지 않았나 보다.


지금에야 장거리에 있는 가족의 편리를 위해 초 저녁에 제사를 모시는 집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제사는 밤 자정을 기점으로 지냈었다.

망인의 사망 전 날이 제삿날이라지만, 사실은 살아있던 날과 사망 당일을 연결해 주는 자시(밤 11시~새벽 1시)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제삿날은 망인이 오다가 빨랫줄에 걸리지 않도록 마당의 빨랫줄은 모두 치웠으며, 제사상을 받으러 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제사를 모셨다.


선배는 당일 제사를 마치고, 젯상에 올렸던 술을 음복한  형수가 싸준 제사 음식을 자전거 꽁무니에 매달고 다른 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오는 중이었다고 했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지만, 비포장 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앞만 보며 오는 데 저수지 쪽에서 꽹과리와 장구소리가 났고 남, 녀가 떠들며 왁자지껄하게 노는 소리가 들렸단다.


그때 술 한잔하고 가라며 부르는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처음엔 워낙 흥겹게 떠들고 놀아 누구네 집에서 잔치가 열렸나?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두 번째 오라고 부르는 소리에 갑자기 오싹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여러 사람이 떠들고 노는 쪽은 인가가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정이 넘는 시간에 컴컴한 곳에서 노는 소리만 나니...... 그때부터 오금이 저려 꼼짝 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자전거가 넘어지고 돌부리에 깨지면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집에 왔을 때 얼굴이며 팔 등은 돌부리에 넘어진 상처로 피가 흘렀다고 했다.

그 꼴을 하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돌아온 선배를 보고, 이내는 누구와 싸우고 온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이후 선배는 몸져 앓아누워 일어나지 못했고, 거짓말 같은 그 얘기는 선배의 아내를 통해 동네에 퍼진 것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그렇게 떠들었던 소리를 정작 그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못 들었다니 선배의 말은 거짓말 같기만 했다. 난 출근을 안 하는 선배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택시운전을 하던 남편의 친구를 통해 뒤늦게 전 해 들었었다.


한 번 전해진 얘기는 좁은 동네에 금방 퍼져나갔고, 누군가는 물 귀신들이 사람을 홀리기 위해 그랬다는 말과 평소 술을 좋아하는 선배가 술에 취해 헛것을 봤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아무튼 선배는 그 이후, 근 한 달 이상은 직장에 근무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변사람, 특히 가족을 못살게 굴던 술을 거짓말처럼 뚝 끊었단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새 사람처럼 변했지만 선배는 그 해 겨울, 전출희망을 해서 예전에 살았던 도시로 다시 이사를 갔다.


그 얘기를 듣고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해 주신 말이 생각났다.

밤늦게 밖에서 누가 부르면 세 번 부를 때까지 절대로 대답해서도 밖으로 나가서 안된다는 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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