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랙홀 Aug 15. 2024

내 눈엔 조인 0 (2)

내가 d를 좋아하는 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외모이다.

시골아이답지 않게 세련되고 다부진...... 그대로 자란다면 지역에서 큰 인물이 나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래된 시골학교를 다니다 보면 유달리 땅의 기나 산세가 좋아 특출 난 인물이 나오곤 하는 것을 봐 왔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마을은 적지만 지세가 좋아서인지 걸쭉한 인물들이 나온다고 했다.


평생교육원에서 풍수지리를 쪼금 배운 내가 봐도 정남향 학교 뒤 야산은 악어가 물에 뜬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반은 뜨고 반은 감고 있는 악어의 눈까지 똑같았다.


그 학교에 처음 갈 때도 ㅇㅇ여사 손녀 '검사' 합격이란 플래카드가 동네 한 복판에 걸려있었다.



 번째는 ~다. 나. 까 로 끝음을 하는 게 듣기 좋았고, 바르게 자란 거 같아 볼 때마다 흐뭇해진다.

요즘 같은 때 교사를 존중해 주는 느낌까지 들어 대화를 할 때마다 기분도 좋았다.


그래서 처음엔 아버지가 군인인 줄 알았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하니 스스로 그렇게 대답하는 게 편해서 그렇다니 유별난 얘는 틀림없었다.



세 번 째는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다. 

2학년 아이들은 그들의 수준을 벗어난 용어 알아듣지 못고, 5학년은 알아듣기는 하나 대화가 통 않는데, 3학년은 주제에 대한 얘기를 소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수업 중 물끄러미 바라보더니(이 녀석이 뭔 얘기를 하려고?~~~~)


"선생님 몇 살이에요?"

" 그런 건 왜 ~~~?" 내가 할머니로 보여서 그런가? 속이 뜨끔했다.


머뭇거리며 말을 못 하고 있는데 

" 우리 담임샘보다 어려요?"  뭐라 뭐라 뭐라~~~ㅋ 

" 니네 샘보다는 쪼끔 아주 쪼끔 많아~~~" 아이는 내 사기에 넘어갔다.ㅎ


그날 수업은 3학년 교실에서 하고 있었는데, 둘의 대화를 듣던 담임 선생님이 깔깔대고 웃는다.


사실 3학년 담임선생님은 올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여선생님이다.

그런데 나와 동급으로 본다니, ㅎ 하긴 화장을 렇게 했는데 헷갈릴 수도 있어.


가끔은 선물이라며 쓰던 연필을 주기도 하고,  알사탕을 손에 쥐어주기도 하는 다정함도 있다.

왜 주냐고 물으니 그냥 기분이 좋아서란다.


난생처음 하얀색 바지를 라벨 떼고 첨 입고 간 날,  갑자기 "샘. 바지에 빨간 거 묻었어요"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엉? 아까만 해도 깨끗했는데...... 그렇잖아도 흰색이라 조심조심했는데...... 갱년기도 지났는데...... 엉덩이도 아닌 무릎에 발간 점이 콕 찍혀 있다니......


알고 보니 모기 물린 정강이를 박박 긁은 d의 피딱지가 내 무릎에 닿은 것이었다. 이런 새로 산 꼬까인데 "  물어내~~ 물어내~~"

아휴 이 나이에 빵꾸똥꾸 흉내를 내다니...... 정신 차려라


알면서도 딴청을 피우던 d는 멋쩍은 듯 씨익 웃더니  " 죄송해요. 화장실 가서 빨아요" 하면서 아끼던 악어 스티커를 건네준다.

이런 아이를 누가 좋아하지 않으리.


d의 집 cctv에 찍힌 왕거를 보고 진짜 귀신이 있다고 믿 d에게 보여주려고. 우리 집 cctv에 찍힌 동영상을 올려본다.



개인전번을 알려 달라는 것은 오지랖인 거 같아 아이들의 전번을 모른다.

할 수 없이 개학 후 만나면 보여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눈엔 조인 0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