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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과해원 Sep 15. 2020

코로나시대의 요가

나에게 주는 휴식

코로나와 함께 겨울과 봄, 여름을 겪었다.

이미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졌으니 가을도 이미 겪은 셈인지도 모른다.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있으니 왠지 날은 점점 더 쉽고 빠르게 지나쳐버린다.

아무것도 않고 기억되지 않을 날들. 오로지 코로나로 인해 비어버린 아까운 내 날들.

날이 차가워지고 해가 일찍 저물기 시작하면 몸과 마음은 조금 더 쉽게 어두워질텐데.

내 몸과 마음을 침대에 그대로 둘 수 없어서 집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강사로 일하던 내가 무직자가 되어

집에서 요가 매트 앞에 서기란. 밥벌이가 아닌 나를 위한 요가를 다시 시작해보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한 휴식.

처음에는 마냥 쉬고 싶었다. 요가도 이제 그만하고 싶었고

며칠 아님 몇달 정도는 요가를 하지 않고 지내도 된다고 생각했다.

날은 흘러 흘러 가는데, 집에서 휴식을 해도 해도 온전히 휴식한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이리 많은데 왜일까.

왜 내 몸은 엉덩이와 복부를 중심으로 힘을 잃어가고 점점 두꺼워지는데

왜 내 마음은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그게 벌써 찬 바람이 부니 일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 결단을 내렸다.

요가원에 나갈 수 없으니 집에서 요가를 하기로.

나와 같이 집에만 갇혀 있을 한 두명의 사람과 같이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집에서 요가합니다."

하고 동네 사랑방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웃 사람을 모집했다.


집에 모일 사람 누구인가, 아니 집에 있던 사람 누구인가.

당연히 중년 여성의 문의가 많을 것 같았다.

동네 요가원이라면, 엄마들의 참여가 빠질 수 없다.


모집 결과는 뜻밖이었다.

이십대 청년 두 명과 삼십대 청년 한 명.

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엄마들은 집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전보다 더 바빠졌다고 한다.)


한명은 대학생으로 취업준비중 한명은 백수로 취업준비중

또다른 한명 또한 건강 이상으로 취업준비중.

코로나 시대에 일자리를 잃기 쉬운 많은 사람들 중

사각지대에 서 있는 '청년'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나조차도 코로나로 인해 요가 수업을 잃어버린 청년 요가 강사.


이들은 심각한 상태였다.


영업중지를 통해 잃어버린 것이 많은 업장은 대출을 받고

지원금을 받고

어떻게든 살 길을 마련하려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원래 가져본 적 없던 청년.

창창한 미래를 계획하던 시기.

새파랗게 푸르러서 공원이며 술집이며 한 가득

젊음의 열기를 뿜었던 그들이 시들시들 집에 있었다.


그들이 선택한 요가.

다이어트를 위한 것도, 근육 강화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 하나. 내 한 몸을 잘 돌보고 싶다는 소망.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나를

스스로가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소망


크고 깊은 숨을 쉬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현란한 멋진 자세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것도 아닌

그 작은 소망을 가진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주는 '진짜' 휴식.

숨을 쉴수록 비워지는 것들과

들여다보고 기다리며 얻게 되는 특별한 깨달음.


코로나시대의 요가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인요가에 대한 설명은 불충분.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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