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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기스칸스 Jul 31. 2016

김영란법의 시행

선생에게 적용되는 김영란 법에 대해

김영란법 : 선생에게 적용되는 것에 대해          


2016년 7월 28일, 무더운 날씨 속에서 오랜만에 시원한 소식이 들려왔다. 김영란법 합헌에 대한 소식이다.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의 시행이 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 법은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도중 틈틈이 인터넷 뉴스를 훑어보았다. 역시 김영란법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기사들이 있었다. 제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승의 날 선물도 부정청탁?”

“5천원 기프티콘도 안돼”     


김영란 법 시행 대상 중 선생님들에 대한 기사이다.     


다른 적용 분야도 이런 저런 논쟁이 되고 있지만 선생에게 적용되는 범위도 논란이 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위의 뉴스 기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선생에게 적용되는 김영란법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스승의 날 선물도 부정청탁?”이라는 질문의 대답은 당연히 “예스”이다.

“5천원 기프티콘도 안돼”라는 제목도 “당연한” 말이다.     


왜 우리는 학부모가 선생에게 스승의 날 선물을 주고 그 외에도 기프티콘 등을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을까? 

스승의 날 왜 학부모들이 모여 선생에게 밥을 사주고 선물을 줘야 되는가? 

왜 학부모들은 선생에게 커피를 사줘야 하는가? 

이런 문화는 일찌감치 없어져야 했다. 

이런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이런 문화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로서는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선생들에 대한 김영란법은 지금이라도 시행되는 게 당연하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승이란 어떤 존재??     


스승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다.

교사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선생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첫째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강사의 사전적 의미는 ‘학교나 학원 따위에서 위촉을 받아 강의를 하는 사람’이다.    

 

한 개인이 성장하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대부분 교사와 강사이다. 그리고 그들은 선생이다.     


‘스승’이란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학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 이외에 플러스가 더 존재한다. 멘토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지식 뿐만 아니라 인생의 가치관, 옳고 그름의 분별력,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는 존재이다.     


예전에는 한 스승으로부터 예절과 지식과 문화와 가치관 등 모든 것을 배웠기 때문에 그들은 스승이 맞고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사와 강사는 과거의 ‘스승’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우리는 135명의 스승을 만난다    


한 학생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나오며 몇 명의 선생을 거치는지 생각해보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략 3년 정도 다닌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일반 선생, 미술 선생, 체육 선생, 원장 선생 등이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10명이라고 추정하자.    

 

초등학교 때는 어떨까.

너무 오래전이라 잘 생각이 안 나지만 담임 선생, 특수교과 선생, 미술, 체육, 음악 선생 등을 합하면 6년 동안 15명 정도는 접할 것이다. 15명으로 추산하겠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과목마다 선생이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선생들이 존재한다. 보통 중학교 3년 동안 30명, 고등학교 3년 동안 30명 정도의 선생을 접할 것이다. 합해서 60명으로 보자.  

   

4년제 대학교를 나왔다고 생각해보자. 대학 역시 강의마다 강사가 다르다. 필수교양, 선택교양, 전공필수, 전공선택 등 가짓수도 많다. 1년데 10명의 강사에게 배운다고 생각하고 4년 동안 40명의 강사를 거쳤다고 가정하자.     


사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가 다 사교육을 받는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학원 공화국임은 분명하다. 미술학원, 태권도 학원, 음악학원, 수학학원, 영어 학원, 토익학원, 공무원학원, 사탐 과탐 학원, 국어 학원, 논술학원 등등. 대략 사교육에서 10명의 선생을 거쳤다고 가정하자.     


위의 계산 결과 한 개인이 어린이집부터 대학교까지 성장하며 거치는 선생의 수는  130명이 훌쩍 넘는다.(물론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학교육까지 마쳤다면 100명 넘는 선생을 접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과연 135명의 선생 중 누가 스승인가? 모두가 스승인가? 담임 선생만 스승인가? 중고등학교 교사 중 중요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만 스승인가?     


학생들 입장에서도 135명의 선생 중 대다수와는 개인적인 얘기를 한마디도 안 해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냥 선생은 강의를 하고, 학생은 듣고 끝나는 것이다.(물론 성격이 좋고 친화력이 좋은 학생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스승과 다른 교사와 강사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 시대에 ‘스승’이란 말의 의미는 완전히 퇴색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teacher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괜스레 옛날에 사용했던 스승의 의미를 현재의 교사들에게 전가시켜 동일시 할 필요는 없다.    

  

선생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강사들 역시 우리가 낸 수업료로 봉급을 받는다. 그러면 된 것이다. 학생들은 적절한 교육비를 지급했고 교육받을 권리를 얻었으며, 선생들은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서로의 이해관계는 이로써 충족된다. 여기에 학부모가 끼어들어 선생들에게 선물을 주고 커피를 제공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이런 행동은 그 행동을 하지 않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상대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반칙이며 부정청탁이 맞다. 물론 선물과 청탁의 판단 경계가 애매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금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다. 이미 선생들은 그들의 교육에 대해 적절한 봉급을 받고 있다.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선생이 직업을 바꾸면 될 일이다. 그것은 선생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학부모가 나설 일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생각     


학부모들 입장에서도 선생에게 ‘진심으로’ 고마워서 선물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학부모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주로 초등학교에서....

“남들 다 주는데 나만 안주면 우리 아이가 상대적인 피해를 받을까 봐요.”

“아무래도 선물도 주고 선생님과 친해지면 선생님이 우리 아이 이름 한 번 더 불러주고 관심도 더 가져주고 하지 않겠어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생을 예뻐 해주면 아이들이 자신감도 갖고 좋은 것 같아요.”     


주로 고등학교에서

“생활기록부도 선생님이 쓰시니까 이왕이면 더 신경 써서 잘 써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선물도 드리고 하면 더 학생에게 관심이 가지 않을까요?”

“대학갈 때 학생부랑 내신이 중요하니까 선생님한테 잘 보이는 게 좋죠. 선생님들 선물주는게 경제적으로 부담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죠.”     


물론 위의 말들은 내가 임의로 작성한 말이지만 실제 학부모의 마음이 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부담이 있음에도 아이를 위해 선물을 하고, 선생과 친해짐으로 인해 자신의 아이에게 좀 더 ‘이익’이 가길 바라는 학부모의 마음. 

이것은 분명 대가를 바라고 주는 금전적 선물이며 청탁의 의미가 짙다.     


                

선물 받는 선생의 입장     


선생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선생들이라고 일반 사람과 다른 대단한 사명의식이나 도덕심이 있는 게 아니다. 그들도 보통 사람과 똑같다. 다만 대학갈 때 교대나 사범대를 갔을 뿐이고 그에 맞게 임용고시를 봐서 선생이란 직업을 가졌을 뿐이다. 


그들 역시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게 확실하다. ‘아랑’이 엄마가 선물을 주면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아랑이에게 미소를 지어줄 확률이 높다. 또한 열 명의 학생 중 9명의 학생이 선물을 주고 한 명의 학생이 선물을 안줬다면 그 한 명의 학생에게 소홀해질 확률도 크다.


선생들의 도덕심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들도 보통 인간과 똑같다는 가정 하에 말하는 것이다. 선생뿐만 아니라 누구든 마찬가지다. 인간은 탐욕이 있고 물질을 좋아하며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잘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스승의 날 선물을 준다거나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은 단순히 감사의 선물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설사 선물을 준 학부모가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행동은 학급 내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선생에게 정말 고맙다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찾아가 선물을 주면 된다.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실제로 이런 사례를 주변에서 봤다. 졸업 후에도 그 학생과 선생은 서로 친하게 지냈고 그들의 관계는 정말 ‘우정’이고 ‘사랑’이었다. 

거기에는 선물이 부정청탁이 될 가능성이 없다. 이미 학생은 선생의 영향력에서 멀리 벗어났기 때문이다. 학생이 스승의 날 선생을 찾아가 선물을 주고 선생은 기꺼이 학생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선생에게 고맙고 감사해서 선물을 주고 싶다면 졸업하고 난 후에 하면 된다.               



나는 교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중학교 때 일일 것이다. 그때 무슨 과목인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선생 하나가 이런 말을 했었다.

“선생들한테는 교권이 있어. 그 교권은 누구도 침해하지 못하는 권리야. 대통령이 와도 교권을 침해할 수 없어.”

대략 이런 내용이었는데 자신이 선생이고 절대적인 교권을 가지고 있으니 까불지 말고 말 잘 들어라,,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다. 그 선생의 나이가 그 당시 40대 중반 쯤 됐던 것 같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선생의 말이 참으로 멍청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헌법의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즉, 그 권력을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인이 행하고 있지만 그들은 권력을 빌려와서 대신하는 ‘대행자’일 뿐 진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학교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학생이다. 여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교권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에서 파생되어 발생한 이차적 권리이다.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교사에게 교권을 부여하여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권리는 교사의 권리에 우선한다. 학생들의 권리는 더 근본적이고 1차적인 권리이다.


선생이 자신의 권리가 비롯된 학생들 앞에서 ‘교권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건 개념없는 행동이다. 교권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선생일 확률이 높다.          


     

선생은 선물을 받지 않아도 된다  


선생에게 학부모가 선물을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고 다른 학생과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금지하는 게 옳다. 

더구나 이제는 선생이란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그렇게 경제적으로 뒤처지지도 않는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00 : 1에 가까운 시대다. 선생은 누구나 원하는 직업이다. 예전에야 일반 회사원이 봉급이 많고 상대적으로 선생들은 봉급이 적으니 선물도 주고 했을 수 있지만 요즘 같이 다 어려운 시대에는 선생이란 직업이 오히려 인기가 많다. 

그들은 남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빈곤한 직업이 아니다. 초반에 봉급 많이 받다가 45살 쯤 퇴직해야하는 일반 회사원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죽을 때까지 연금을 탈 수 있는 선생이 경제적으로도 더 넉넉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승의 날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스승의 날의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선생들 역시 선물을 받자니 그렇고 안 받자니 미안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버리든지, 그 날을 학교 휴일로 정하여 학부모도 학생도 선생도 부담을 덜 수 있게 가든지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선생들 입장에서도 학교 나가서 목 아프게 떠드는 것 보다 하루 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학교와 선생 문화는 내가 자라면서 직접 경험했던 것이기에 의견을 좀 적어봤다.

김영란법의 시행이 우리 사회를 좀 더 ‘깨끗하게’ 변화시켜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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