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
이틀 전에 종이에 연필로 썼던 글을 컴퓨터에 옮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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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구석에 먼지와 머리카락이 쌓여있다.
저녁에 먹은 햄버거가 이제야 소화가 됐는지 뱃속이 살짝 부글거린다.
11시가 넘은 시각. 낮잠을 자서 피곤하진 않다. 오히려 정신은 맑다.
컴퓨터가 아닌 종이와 연필로 글을 적는 이유는 옛 생각이 잠시 떠올라서이다.
둘째 누나가 결혼을 한다. 날짜는 이번 주 일요일이다.
이로써 누나 둘이 다 결혼하고 나만 남았다.
예전엔 다섯 가족이 한집에서 살았다.
다른 여느 가족들처럼 우리도 아웅다웅 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다 큰 누나가 결혼했고 이제 둘째 누나가 결혼한다.
결혼은 새로운 가정의 탄생이지만 오래된 가정의 붕괴이기도 하다.
(붕괴란 표현이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처음 떠오른 단어이므로 그대로 표현해보겠다.)
나는 성인이 된 후 타지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나와 달리 누나들은 부모님과 같은 집에 살며 강한 유대를 맺었다.
이제 누나들은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고,
누나들이 떠난 가정엔 나이 드신 부모님만이 남았다.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부모님은 점점 시간 속에 뒤쳐지신다.
그게 자연의 이치라지만 남겨진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결혼은 축하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먹먹하다.
다시 우리 가족이 모여 같이 먹고 자고 할 시간이 있을까?
예전처럼 추석이나 설 연휴 저녁,특집방송이 나오는 TV 앞에 앉아 다섯명이 카드 놀이를 하며 웃고 떠들 시간이 있을까?
내가 이 정도인데 어머니와 아버지가 느끼는 허전함은 어느 정도일까.
누나방에서 신혼 집으로 옮겨지는 짐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떨까.
큰누나가 결혼할 때, 어머니는 식장에서 울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셨다고 한다.
그 당시 나는 어려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혼은 축하해야 할 일인데 왜 식장에서 운단 말인가!
하지만 둘째 누나가 결혼하는 지금은 기쁨보다 먹먹함이 더 크다.
점점 우리는 우리의 유년시절과 멀어지고 있다.
점점 부모님은 늙고 쇠약해져간다.
이런 모든 변화가 비가역적이고 다시는 예전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 결혼 상대가 말을 잘 안 들으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혼내주겠다고.
초등학생 같은 말이지만 누나에게 해줄 말이 이것 밖에 없었다.
시간을 보니 20분 정도가 지났다.
종이와 연필로 일기 형식의 글을 적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때와, 군대에서나 쓰던 방식이다.
예전 방식으로 한 번 마음을 표현해보고싶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땐 장문의 글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써보니 A4 한 장이 겨우 채워졌다.
아직도 책상 위 한편엔 먼지와 머리카락이 쌓여있다.
휴지를 뽑아 닦아낼까하다가 그냥 놔뒀다.
지금이 아닌 나중에, 나중에 닦아내도늦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