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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Dec 29. 2019

취준생 10주년 기념록;
JOB 마이너리티리포트

#3. 머리, 꼭 묶어야 하나요?_

취준생 10주년 기념록;JOB 마이너리티리포트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취업과 이직에 대한 아주 사소한 이야기


#3. 머리, 꼭 묶어야 하나요?_


내가 블로그에 면접 후기를 올린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머리는 어떻게 하셨어요?', ’머리는 하나로 묶으셨나요?‘, ’제가 머리가 긴데 풀어도 되나요?‘ 등 헤어스타일에 관한 내용이었다.


면접은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겉모습 보다는 회사와 직무에 대한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맞다. 그런데 아닌 경우도 있다. 회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겉모습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면접을 앞둔 지원자들은 염색한 머리를 그냥 두어도 될지, 아니면 다시 검정색으로 염색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남성들의 경우에는 머리에 왁스나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그냥 내츄럴한 모습이 좋은지 고민한다. 여성들은 긴 머리를 풀어도 되는지, 아니면 꼭 묶어야 하는지 정말 머리카락이 다 뽑힐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나도 그랬다. 처음 몇 번의 면접에는 심지어 (내게는)거금을 투자해 미용실에 들르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내가 면접을 처음 준비하던 때에는 여자인 경우 무조건 머리를 깔끔하게 넘기는 것이 좋다고, 아니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그땐 면접에 정답이 있다고 믿었고, 나는 지나치게 귀가 얇았던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무조건 머리를 뒤로 넘겨 하나로 깔끔하게 묶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앞서 얘기한 L그룹 인턴에 이은 내 두번째 면접은 S그룹이었다. SSAT에 합격했기때문이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L면접때보다 훨씬 떨었고 긴장했다. 게다가 그때는 인턴이었지만 이건 정규직이었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 S그룹이었으니까. 그렇게 썩 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는 건 사실 지금 짐작해보는 그때의 내 마음이고 그때의 나는 약간 흥분했었던 것 같다. S그룹은 최종 합격자의 2~3배수를 SSAT로 뽑아 면접을 보기 때문에 SSAT에 붙었다는 건 합격률이 아주 높아졌다는 얘기를 또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름대로 면접 준비 시늉 같은 걸 내며, 같은 회사에 이미 합격해 다니고 있는 선배의 연락처를 알아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L그룹 면접에 비하면 나름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공부도 안하고, 성적도 그닥 좋지 않은 내가 과에서 유일하게 SSAT에 합격해 S그룹의 면접을 본다고 하니 크게 친분이 있지 않았음에도 선배님께서는 많이 도와주셨다. (자세한 S그룹 면접 이야기는 뒤에서 만나요‘u’) 


면접 당일, 나는 고민 끝에 머리를 묶은 뒤 돌돌 말아 올린 스타일을 선택했다. 

나는 깔끔하게 머리를 묶는 것을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하나로 올려 묶거나, 슥슥 신경쓰지 않은 듯 올림머리를 해도 너무 예쁜 사람들이 나는 정말 부럽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그런 머리 스타일이 정말 안어울린다. 그러니까 당!연!히!

거울속의 나는 정말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색하고 이상했다. 동그랗고 넓적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고, 고정되지 않는 잔머리들이 이리저리 뻗어 있었다. 머리를 묶는 순간부터 묶고 나서, 거울을 보고 집을 나서면서 내내 나는 내게 어울리지도 않고 맘에도 들지 않는 머리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면접에 불합격했고, 이 날의 실패요인 중 하나가 내 헤어스타일 이었다고 생각한다. 

면접 진행요원으로 참석한 같은과 선배는 내게 내가 학교에서 봤을 때와 달리 면접 당일 얼굴과 표정이 어색했고,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해 보였다고 말했다. 

창피하지만, 선배의 말이 맞았다. 

물론 내가 머리떄문에 탈락했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나는 면접을 내가 생각해도 잘 보지 못했다. PT,인성,토론 면접까지 총 3개의 면접을 하루종일 치르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좋은 대답을 한 적이 없었다. 

내 실력이 부족해서는 당연한 이유겠고, 무엇보다 나는 자신감이 없었다.

면접관들은 단순히 정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면접에 참가하는 태도, 면접자의 의지, 잠재력과 가능성을 다양한 형태의 면접방식을 통해 다각도로 판단해 합격여부를 정한다. 

아무리 내가 스펙이 뒤처지고 면접내용이 어려웠다고 해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면접에 참가하기 전, 내게 어울리지 않는 머리를 하고 내 방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보던 그 순간부터 자신감을 잃었던 거다. 

자신감은, 그것이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라도 취업에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면접을 보러 오는 수 많은 지원자들 중 너무너무 뛰어난 소수를 제외하고는 사실 대부분 실력은 비슷하다. 그때 당락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나를 믿는 마음, 자신감이다. 그러니 면접을 볼 떄에는 자신감을 억지로라도 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감은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아는지, 여러 유형의 면접에 대한 철저한 사전 연습을 했는지 등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부인하고 싶어도 외모다. 여기서 외모라는 것은 누구나 봤을때 예쁘고 멋져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내 외모에 만족하는가를 의미한다. 

내가 내 자신이 괜찮아야, 어색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면접을 가보면 대부분면접자들의 헤어 스타일이 비슷하다. 

이마가 보이게 쫙 넘겨서 하나로 묶은 올림머리. 나는 내게 그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 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다 그렇게 하고 오니까, 무조건 단정해야 한다니까 그렇게 했다. 

증명사진을 찍을 때에는 당시 이분야의 탑이라는 이대 앞 미용실에서 올림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었고(당연히 보정을 엄청 했다.) 면접 때도 늘 머리를 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 자신감을 함께 잘라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몸에 구겨 넣으며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잃어버리며 잊어가고 있었다. 

면접을 보러 가는 길 우연히 길거리 쇼윈도에 비친 나, 

버스 안 거울 속에서 보는 나, 

회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비친 나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주눅이 들었다.  게다가 같이 면접을 보는 사람 중에 올림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지나친 박탈감과 패배감까지 겹쳐져 자신감은 한없이 곤두박질 치곤했다. 

그럼 이미 그 날의 면접은 내가 기적처럼 뛰어나고 완벽한 대답을 하지 않는 한 거의 대부분 실패다.

내가 봐도 내가 별로인데, 어떤 누가 나를 잘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쩐지 나는 올림머리를 포기하지 못했다. 절대불변의 진리도 아닌데 나는 이상한 고집을 부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생명보험사 면접에 가게 되었다. 

늘 그랬듯 거울 앞에서 머리를 묶으려다 그 날 문득 나는 거울 속의 내가 너무 낯설었다. 마치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주인공 ‘우진’처럼 모르는 사람이 거울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내 얼굴이 원래 이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충동적으로 꽁꽁 묶었던 머리를 확 풀렀다.

그랬더니 거울 속에 내가 아는 내가 보였다. 그때 생각했다. 

'꼭 머리를 묶어야 할까? 나한테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데 난 왜 굳이 머리를 묶었던 거지?'

'머리를 묶지 않으면 면접에 떨어지려냐? 아니 근데 헤어스타일이 그렇게 중요한가?'


(이 글을 읽으며 '아니 헤어스타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유난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이 똑같지는 않다는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 헤어스타일을 그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면접자 뿐만이 아니라 면접관도.)


그렇게 도착한 면접장에서 머리를 푼 사람은 나뿐이었다. 모두가 나를 보는 것 같았다.(아, 물론 나를 보지 않았던 사람이 더 많았겠지만....)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듯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오히려 내 마음은 편했다. 나는 집에서 머리를 몇 번이나 묶었다 푸르며 지치지도 않았고,

면접장으로 오는 길 지하철 문에 비친 내 모습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지도 않았고,

면접 장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면서 숨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그냥 묶었던 머리를 풀렀을 뿐인데, 그런 내 모습이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내 모습이어서 나는 주눅들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날 나는 면접에 최종합격했다.  

당연히 머리를 풀었기에 합격한 것은 아닐테지만 적어도 머리를 풀어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헤어스타일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물론 어떤 것이든 한 번의 경험으로 무언가를 속단하는 것은 좋지 않다. 분명 나는 그 이후 다른 곳의 면접에서는 머리를 풀었기에 탈락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어떤 면접에서는 내 얼굴에 내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려 전체적으로 그날의 내 모습이 평소보다 자연스러워 보였을 수 있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다른 곳에 가있지 않으니 나는 면접에 집중할 수 있었을거다. (아 물론 무슨 머리를 해도 예쁜 분들은 이런 맘 모르시려나.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고민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봐주시길_) 

그 후에도 수많은 면접을 보며 점점 더 내 생각은 확고해졌다. 

헤어스타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안 그래도 면접을 보면 신경쓸 것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머리가 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무척 신경 쓰는 사람이니까, 내 모습이 어색하지 않아야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아예 처음부내게 제일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선택하자고.

혹시 그것 때문에 떨어진다면 그 회사가 찾는 사람이 나는 아니었던 거라고. 

어떤 회사는 헤어스타일을 중요시하지만 어떤 회사는 헤어스타일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헤어스타일을 중요시하는 회사에서도 어떤 면접관은 헤어스타일로 감점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접관은 헤어스타일에는 관심도 없다. 그 모두의 매일 달라지는 조건을 우리는 예측할 수도 맞출 수도 없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게 제일 잘 어울리는 내 모습을 찾아보자. 그걸 찾았다는 건 정말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것과 똑같으니까.  


+나는 그래도 불안할 때는 이렇게 합리화했다. 헤어스타일로 사람을 판단하는 회사가 이상한 거 아냐?하고

+아, 물론 스튜어디스처럼 정해진 규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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