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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Apr 14. 2020

취준생 10주년 기념록;
JOB 마이너리티리포트

#7. 아 어쩌란 말인가 : 선택의 딜레마

취준생 10주년 기념록;JOB 마이너리티리포트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취업과 이직에 대한 아주 사소한 이야기


#7. 아 어쩌란 말인가 : 선택의 딜레마_


취업과 회사생활, 이직 등에서 기다림만큼 또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선택’이다.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는데, 꼭 애매한 순간에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원하던 회사의 1차면접 날짜와, 조금 덜 원하던 회사의 최종합격 연수가 겹친다거나, 

회사에서 진행하는 아주 큰 행사 날짜와 정말 간절히 이직을 원하던 회사의 최종면접이 겹친다거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내한공연과 회사 야근이 겹친다거나.. 

이런 선택의 딜레마는 생각지도 못한 때에 우리를 덮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답이 있는 문제일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몇 날 며칠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할 만큼 중대한 문제들이었다. 

선택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중 우선 이번 챕터에서는 가장 빈번한 ‘면접이 겹칠 때’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회사에 대한 평가와 성장성, 그리고… 사옥이 너무 멋있었던 N사는 

내가 꼭 합격하고 싶다고 생각한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필기 시험을 끝내고는 큰 기대가 없었으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합격자 발표날짜를 문의했고, 빠르면 이틀안에 연락이 갈 예정이며, 그 주에 1차 면접이 

잡힐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글쎄 2주전 면접을 본 D사의 인턴에 최종 합격을 해버린것이다. 

내가? 내가 왜 최종합격을 했지? 

불합격이 일상이던 나는 고개를 몇 번이나 갸우뚱하며 공지를 보고 또 봤지만 

정말 합격을 했다! 오예! 

(참고로 합격한 인턴은 정규직 100%보장은 아니었고, 6개월 활동 후 최종면접 기회를 주는 혜택이 있었다.)

그런데 신난 것도 잠시, 공지를 찬찬히 읽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지? 합숙연수?? 날짜가.......수목금???????????? 

가만....어제 N사가 이번주에 1차 면접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아 명확히 말하자면… 최종적으로는 아무도 날 선택하지않을 수도 있는, 두 가지 길 모두가 나를 마지막엔 버릴 수도 있는  

불확실한 두 개의 길이 내 앞에 있었던거다. 물론… 두 길 다 내가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걸 아쉬워할 사람은 나 뿐인 그런….  

D사는 인턴 최종합격을 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6개월 후 또 구직활동을 해야할테고, 인턴으로 활동하는 6개월 동안은 다른 회사에 지원도 할 수 없다. 

N사는 정말 가고 싶은 곳이지만 솔직히 내가 필기시험에서 합격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필기시험을 합격한다 한들 1차, 2차 면접에 합격할 수 있다는 보장은 더더구나 안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래, D회사를 가야지~얼마만의 최종합격인데! 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최종합격일 수도 있어! 내가 인턴을 잘 해내면 분명 정규직이 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아니야. D사는 인턴이고 N사는 정규직이잖아? 사실 D사는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고(엄밀히 말하자면 N사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긴했….), 

정규직 안되면 어떡해? N사는 정말 놓치기 아까운데 ㅠㅠ 그래 N사를 선택하자. 

그러다가도 또 

아니 근데! N사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있니 핸아? 자문하면

아니. 내가 생각해도 아니었다. 


아. 정말 괴로웠다. 어느 한쪽도 완벽히 내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보장이 없는 

이 선택지 중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다니. 

우선, 연수에는 참석하고 혹시 내가 N사의 필기시험에 합격한다면 잠시만 일이 있다고

하고 면접을 보러 가면 안될까? 와 같은 말도 되는 생각에까지 이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당장 합숙연수는 내일이고 (그러고보면 꼭 이럴 때에는 늘 

또 시간이 촉박하다. 대체 왜?)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정말 N사의 발표가 오늘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로 저녁까지 기다렸지만 당연히도 N사의 필기시험합격자는 그 날 발표

되지 않았다. 

결국 난, 합숙연수 전날 밤 10시. D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날. N사에서 연락이 왔다.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니 1차 면접에 참석하라고!!!!

오와. 이런 운은 정말 없는 편인데, 

그러니까 난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화장실을 찾을 때 에스컬레이터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가야할 지, 왼쪽으로 가야할 지를 매번 고민하는 편인데, 

거의 90%의 확률로 나는 매번 화장실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는 편이다. 

늘 백화점 한 층을 뻉뺑 돌아 결국 아 왼쪽으로 돌았으면 금방인데, 

오른쪽으로 도니 한참 이구나.를 깨닫는 스타일. 

요지는, 둘 중 무언가를 선택할 때 거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틀린 선택을 자주 

하는 편인 나인데, 이 경우는 아니었다. 내가 내린 단호한 결정이 성공한거다!! 

당연히 D사의 최종합격은 그 날로 하나도 아쉽지 않은 선택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N사에 불합격했다. 

그렇다고 해서 D사를 선택하지 않은 내 자신을 책망하진 않았고, 

D사가 너무 아쉬워서 꿈에 나오거나 문득 문득 걸음을 멈춰 후회를 곱씹지도 않았다. 

만약 반대였다면? 

두고두고 아쉬워했을 수도 있고, 

D사가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N사는 까맣게 잊었을 수도 있겠지.

내가 후회하지 않는 건 그 때의 내가 회피하지 않고 

내 뜻에 따라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땐 몰랐지. 내가 수많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될 줄은.

투 비 컨티뉴….


+근데 솔직히 D사에 갔어도 어쩐지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이 당연히 안되었을 것 같은 건 기분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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