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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Apr 17. 2020

취준생 10주년 기념록;
JOB 마이너리티리포트

#8. 회사님, 당신은 불합격입니다!

취준생 10주년 기념록;JOB 마이너리티리포트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취업과 이직에 대한 아주 사소한 이야기


#8. 회사님, 당신은 불합격입니다! 

 

주변에서 이직을 포함해 취업을 준비하는 지인들이 면접에 관한 조언을 구할 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어줍잖은 조언 중 하나는.

면접자인 우리도 회사를 면접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거다. 

이런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내가 일방적으로 평가 당한다는 느낌을 덜어, 긴장감을 줄이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볼 수 있다는 거고, 

둘째는 정말로 회사에 대한 실사 평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면접자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무조건적인 ‘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 맞다…. 면접자는 선택을 받아야만 하니까 명백한 을이 맞다. 

하지만 우리는 최종 합격 전에는, 서류상으로 어떤 회사와도 완벽한 갑을 관계는 아직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만약 이 회사와 고용계약을 맺게 된다면 나는 계약서 상으로 명백한 ‘을’이겠지만, 면접자의 신분은 아직 계약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결국 우리에게도 회사에 대한 선택권이 분명히, 반드시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회사가 나를 선택하더라도 나는 이 회사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  

내가 생각하는 ‘내가 다닐만한, 다닐 수 있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회사인지에 대한 검증은 그래서 꼭 필요한 절차다. 

물론 취업이 당장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 잘 안다. 

나도 몇 번이나 경험해 봤었고. 

하지만 그래서 선택한 회사는, 즐겁게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무난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내 모습을 기대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쇼핑을 할 때, 옷의 실밥이 살짝 뜯어진 부분, 스웨이드 신발의 고르지 못한 색감, 책의 한 귀퉁이가 살짝 접혀있는 것 등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한 번 눈에 밟히면 무시할 수는 없는 어떤 결함을 발견했다고 치자. 

그럴 때 우리는 우선 당장 그 물건이 필요해 마음 한구석에 그 불만들을 몰아 놓고 구매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마음에 걸린 불만은 생각보다 의외로 꾸준하게 자꾸만 마음 속 어딘가를 건드리고, 결국 우리의 마음에서 멀어져 입지 않거나 신지 않거나 읽지 않게 된다. 쇼핑도 이런데, 우리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우리 인생의 너무 중요한 회사는 어떻겠는가. 

조금이라도 마음한구석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회사에 다니는 내내 나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아주 작은 균열이나 틈 같고 어느새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지만(물론 그렇게 되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그리고 난 그걸 이겨낸 분들을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점점 커지고 깊어져 어느새 내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짜증과 무기력, 허무함, 날카로움 등으로. 

 

회사는 지원자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갖고 꼼꼼하고 깐깐하게 판단해 합격자를 

뽑는다. 그것처럼 우리도, 이 회사가 내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는 곳인지 

좀 더 나아가 나를 데려갈 자격이 있는지(혹, 회사가 나를 데려가지 않는다고 해도 ㅎㅎ)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꼼꼼하고 깐깐하게 판단해야 한다. 

절대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을 갖고.

회사는 집보다 내가 더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고, 

그냥 돈을 버는 수단 이외에 내 삶의 패턴이나 결을 정하며, 

내 감정 변화를 컨트롤 하는 가장 큰 일상의 부분 중 하나이므로. 

그저 그 회사가 나를 선택했다는 이유 만으로 덥석, 무턱대고 손을 잡아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면접에 가기 전 나도 그 회사를 면접한다는 생각으로 내 마음을 단단히 무장한다. 우선 나만의 기준을 정한다.  

신입일 경우에는 아직 다른 회사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경력직일 경우에는 직전 회사에 근무하며 알게 된 자신의 선호를 파악해야 한다. 이 때는 절대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면 안된다. 

눈치 보지 말고, 부끄러워 하지 말고 나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사소한 부분도 내게는 절대 사소하지 않고, 지나치게 소소한 부분이 사실 제일 일상적인 것이므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조건 몇 가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요즘에는 잡플래닛이란 사이트에서 회사의 전현직 근무자들이 리뷰를 남겨 두어 (신뢰성이 높지 않더라도) 참고할 수 있기도 하다(하지만 절대 맹신하면 안됩니다!). 잡플래닛이 없던 내 취준기간에 내가 했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각종 사이트를 돌며 면접 후기나 취업 후기들을 찾아본 것은 당연하고, 블로그 등에서 그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올린 일상 등을 통해 야근 여부나, 회사의 분위기 등을 짐작해 보기도 했었다.(이건 추후 다른 챕터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_) 

 

조건을 정했고, 사전에 가능한 방법으로 알아보았으면 이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내용들을 정리한 뒤, 면접에 참석한다. (물론 이 작업이 면접 준비보다 우선시 되면 안되겠쥬….저는 물론 종종 우선 순위를 놓쳐서….. ㅎㅎ)


내 경우 면접에 참석해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회사 청소 및 화장실 상태다. 

잉? 그런걸 확인한다고? 할 수 있지만, 몇 번의 이직을 바탕으로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중 하나가 회사 건물의 관리 상태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면접에 참석하면 회사 화장실은 꼭 한번 가보고, 여건이 된다면 면접장으로 가며 사무실의 청결 상태를 확인해본다. 

회사가 사무실과 화장실의 청결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는 단순히 건물이 꺠끗하다 라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소는 대부분 잘 하지 않나? 싶지만, 직원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의 청결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결국은 일의 능률과 성과를 올려준다는 것을 간과하는 회사가 의외로 굉장히 많다..

규모도 매출도 큰 C사의 면접에 참석했을 때, 화장실을 포함해 회사 출입구, 면접 대기실, 면접 사무실 등이 굉장히 지저분한 것에 나는 충격을 받았었다. 

규모가 더 작았던 회사에 근무했을 때에도 청소 부분은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꼼꼼히 관리했었는데, 이렇게 큰 회사에 그 부분이 부족하다니…

또 다른 A회사에서는 직원휴게실에서 면접대기를 했었는데, 

명칭은 직원 휴게실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용하지 않는 듯 보였고, 

휴식을 취할만하게 정리되어 있지도 않았다. 

직원을 위한 특별한 복지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사무실과 화장실의 청결 등은 보장을 해주는 것이 회사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 이 두 회사는 명확히 불합격이었다.

 

청소 외에도 내가 살펴 보는 것은 사무실의 분위기다.

당연히 잠깐의 관찰로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의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사무실에 들어서서 면접장까지 가는 길에 사무실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 회사의 업무 분위기는 이렇구나-짐작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회사에서도 부서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주 조용한 분위기인 경우도 있고,

메신저 보다는 직접적인 대화를 많이 하는 분위기인 경우도 있다. 

또한 사무실 책상의 배치 유형도 봐두면 좋다. 파티션이 높은지 낮은지, 

자리가 독립형인지 개방형인지, 회의실을 오픈해 두는지 아닌지 그런 것들을 

면접장으로 가며 슥 관찰해본다.  

 

사무실 분위기보다 더 중요하게 관찰하는 것은 사실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면접관들의 성향이다. 

채용전형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해당 회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인사팀, 그리고 면접관인 팀장 급 이상의 직원들이다. 

인사팀 직원분들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에는 야근의 빈번함이 있는데, 채용 전형과 관련된 문자나 이메일이 대부분 저녁8시 이후에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가 반복될 때에는 아 이 회사는(적어도 이 부서는) 야근이 많은 편일 수도 있다는 걸 체크한다. 또한 채용을 진행하며 여러 공지들이 급하게 바뀌고 번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급한 상황이야 언제든 있을 수 있지만, 아직 면접자인 지원자들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반복될 때에는 회사가 일을 처리 하고, 직원을 대하는 방식 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사실 짐작에 가까운 것이므로 너무 단정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도 주의할 점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체 평가 방법은 바로 면접에 참석하는 면접관의 태도다. 현재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중 나와 가장 오랜 시간 대화하는 사람들은 결국 1차 면접일 경우에는 내가 지원한 부서의 팀장급(혹은 팀원들도 포함인 경우가 있다.), 최종 면접일 경우에는 임원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면접은 나를 회사에 알리는 기회이자 내가 회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친절하고 합리적으로 면접을 진행하며 적어도 사무적으로는 품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회사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면접관들의 태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데 정리해보면 크게 아래 세가지가 되겠다.  

*회사의 팀장, 임원급 등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 

*팀장과 팀원, 사장과 상무, 상무와 부장 등의 관계 

*근무하게 될 부서의 분위기, 팀장의 업무 방식, 화법 

 

면접자들에게는 친절하지만, 면접을 진행하러 온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막말을 한다거나, 면접을 보는 도중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고, 맥락에 맞지 않는 질문을 툭툭 던진다거나, 질문을 해 놓고는 대답을 듣지 않고 조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만났다. 팀 전체가 면접관인 경우에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팀 분위기, 더 나아가서 팀에서 소외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사장님이나 임원진들이 비서분 등 다른 직원을 대하는 말투, 태도, 사장님과 임원진들과의 미묘한 관계, 그들이 회사에 대해 가진 마인드와 전문성 등에 대해서까지 짐작할 수 있기도 하다. (적고 보니 저… 너무 다른 사람들 관찰하느라 결국 내 면접에 집중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을 수도 있겠구나 싶….네유…. 하아…)

 

한 회사에서는 사장님과 상무님 두 분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셨는데, 그 두 분이 면접자인 나보다 더 말씀을 많이 하셨다. 마치 톰과 제리처럼 상대방의 단점을 내게 말하셨는데, 투닥거리면서도 어쩐지 서로를 미워하지는 않는 느낌이 들었었다. 나는 결과적으로 그 회사에 근무하게 됐고, 그 면접이 회사를 선택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하다. 분명 두 분이 나에 대한 질문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더 많이 하셨지만, 그것이 면접에 성의없음으로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직접적으로 같이 일할 분들이었기에 상대방의 특성을 서로 말해준 부분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상사의 성향과 말투, 일하는 방식 등이 나와 잘 맞는지 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직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거다. 

당연히. 나는 이 25분의 면접으로 그 두 분에 대해 완벽히 파악할 수 없었고, 일을 하면서 힘든 적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두 분을 사람으로 원망한적은 없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적은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와 잘 맞는 부분들도 있었고, 많은 배려도 받았었고.

 

짧은 시간에 면접관들이 나를 판단하는 것처럼 나도 면접관들을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회사의 분위기, 함께 일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내키지 않는 면접이어도 최대한 많이 참석하는 이유다. 

후기를 아무리 읽어도 내 눈과 귀로 판단하는 것만큼 정확도가 높을 순 없다. 

그러니 우리도 당당히 한번 말해보자. 

회사님, 당신도 불합격 될 수 있답니다. 

 

+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너무너무 좋은데 놓친 회사들과, 너무너무 좋지 않은데 무리해서 잡은 뒤 깊은 후회를 반복한 회사들이 참 많이 떠오르네요….의심하고 또 의심해야합니다.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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