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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May 18. 2020

취준생 10주년 기념록;
JOB 마이너리티리포트

#15.내 아지트를 소개합니다.(2) 오래 머물기 좋은 곳.

취준생 10주년 기념록;JOB 마이너리티리포트 

: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취업과 이직에 대한 아주 사소한 이야기


#15. 내 아지트를 소개합니다.(2) 오래 머물기 좋은 곳.

명불허전, 역시 취준생의 제1아지트는 도서관이다.

우리… 가슴속에 자주 가는 도서관 하나쯤 다 있잖아요…?

도서관이야말로 취준생의 스타필드라는 사실에 

나는 한치의 의심도 품을 수가 없다. 

비교적 넓은 책상에서 공부도 하고(운이 좋으면 1인석에서), 이력서도 쓰고, 식사랑 간식도 저렴하며, 행운이 따라야 하지만 무거운 가방과 노트북 등을 두고 다닐 수 있는 사물함도 있고, 벤치에서 잠깐 숨을 크게 내쉴 수도 있고, 공부가 지루할 때에는 읽을 수 있는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고,(실은 지루함을 느끼는 내게 죄책감을 느끼며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며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았을 때에는 컴퓨터도 하고, 출력도 할 수 있는 디지털 열람실도 있고, (취준 기간에는 급하게 면접을 보러 가는 일도 생기고,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관공서나, 프린트 출력 등을 할 수 있는 가게가 가까운 곳에 머무르면 바로바로 응대하기 편하다.), 무료로 영화도 상영해주고, 특강도 해주며, 가장 잠이 잘 오는 열람실 책상에 이마를 대고 꿀잠을 잘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료다!!!!!!! 

 

졸업 후 3년 정도 까지는 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는데, 그 이후에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지만 어쩐지 선후배들을 마주하면 민망하기도 하고, 안 그래도 치열한 도서관 자리를 취업도 못한 선배가 후배들에게서 빼앗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도서관 규정이 바뀌면서 졸업생의 경우 추가 서류를 준비해 승인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번거로웠기도 했…) 

그래서 시나 구에서 하는 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다. 특히 나는 어릴 때부터 놀이터처럼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고3때는 거의 매일 다닌 최애 도서관이 있었으므로.  

단, 공공 도서관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휴관일이 있기에 최애 도서관이 휴관하는 날에 갈 차애 도서관을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도서관은 일찍 열고 늦게 닫는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9시에 열어서 저녁6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열람실이 있는 도서관의 경우에는 아침7시에 열고, 밤9시,10시 정도까지 개방하기에 마음만 먹으면, 의지만 있다면 즉,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다.


앞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열람실(도서관마다 이름은 살짝 다르다.)에서 

일정 시간동안 컴퓨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요즘은 대부분 노트북이 있긴 하지만, 도서관에서도 콘센트가 있는 좌석은 많지 않고,

개인 열람실에서는 타자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사실 아무리 얇고 가볍다해도 노트북이 무거웠다.(핑계도 가지가지죠…?) 특히 여름과 겨울에는 노트북의 무게가 내 몸을 땅 밑 저끝까지 끌어내리는 듯했고, (참고로 내 노트북은 가볍지 않았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 노트북을 새로 살 염치가 없었으므로 한 동안 나는 거의 007상자 같은 노트북을 이고 지고 다녔다.) 그건 마치 아주 조금 남아있는 ‘취업에 꼭 필요한 공부를 하겠다’는 희미한 의욕까지 사그라들게 만들었기에 나는 무조건 몸을 가볍게 다니려고 했다. 

어차피 사람이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까!(당당) 

내가 자주 가는 정독도서관은 하루에 최대2시간, 서초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최대3시간, 서울시청 도서관은 2시간, 국회도서관은 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10년 전에는 심지어 무조건 현장에 있는 컴퓨터로만 예약을 했기에(새삼 낯설은 내 나이...) 

디지털열람실이 있어도, 내 자리가 없을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앱으로 언제든 예약도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지!

개인적으로 컴퓨터 작업을 하기 위해 제일 쾌적한 곳은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이다. 리뉴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했고 시원하고 따뜻했다.(나 이거 엄청 중요한가보네) 사용시간도 3시간에서 4시간으로 길었고, 다만 주변에 편의 시설이 많지는 않다는 점이 아쉽다. 아무 약속이나 면접 없이 하루가 통으로 비는 날에는 도서관 2-3군데를 옮겨 다니며 컴퓨터를 사용했던 적도 있다. 

컴퓨터로 할 수 있었던 재택 아르바이트를 했고, 매일 아침 취업 사이트에 새로 뜬 채용공고를 체크해 바로 지원했고,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글도 쓰고, 공모전도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이 공간을 활용했다. 컴퓨터실에는 프린터기도 있어서 급하게 문서를 출력하고 찾기도 편리하다. 단, 도서관마다 문서를 출력하는 방법과 시스템, 금액은 다 다르니까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빠드릴 수 없는 또 한가지. 도서관 내 매점이나 식당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간식이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도서관 주변 식당을 더 자주 이용하긴 하지만, 정말로 돈이 부족한 날이나, 너무 덥고 추운 날에는(네.. 저 이거 정말 중요한가봐요?) 멀리 나가기 힘드니 도서관 내 매점이나 식당을 자주 이용했다. 

내 최애인 정독도서관의 돈까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고(특별하게 맛있다기보다 그 추억의 맛 그거 알죠?) 

매점에는 중고등학교때처럼 파이류를 낱개로 판매도 하고, 스콜(아시는 분 손?)이나 쿨피스 등의 저렴한 음료도 있어 1천원 안에서 간단하게 당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콘칩이나 고래밥 하나에 초코우유를 곁들어 마시며 벤치에 앉아 쉬는 건 나만의 힐링 방법 중 하나다. 

 

도서관에는 생각 외로 놀거리도 많다. 

머리가 답답해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거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때에 나는 문학실에 가서 책을 읽곤 했다. 정말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에는 정기간행물실로 가, 여러 종류의 잡지들을 읽었다. 반질반질한 새 잡지의 빤빤한 종이를 휙휙 넘기는 느낌도 좋았고,  잡지 속 글자들을 의무감에 꼼꼼히 읽지 않아도 되는 것도 좋았고, 어쩐지 알아 두면 좋을 정보나 몰랐던 사실을 알 수도 있으니, 내가 아주 쓸데없거나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사실 잡지야말로 가장 최신의 정보들을 다루는 것이기에 취업 준비에 집중하느라 놓친 다양한 분야의 최근 이슈를 습득할 수 있었고, 의외로 꿀정보들을 많이 얻었다(고 말하면 너무 가식적이다 그죠? 그래도 진짜에요!). 

주로 즐겨보는 잡지는 패션이나 여행 분야였는데, 그 안에도 처음 보는 장소, 단어들, 상식 들이 있었고, 그것들도 언젠가의 면접에 분명 도움이 되었다. 정치, 경제, 시사 상식 같은 것들도 문제집이나 책을 볼 때 보다 잡지나 신문을 통해 볼 때 더 머리에 잘 들어오기도 하고. 

문학실에는 소설이나 에세이 위주의 책들이 많기 때문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으니 책 하나 사보는 것도 쉽지 않은 취준생의 사정에 얼마나 찰떡인지!


또, 날이 좋은 날에는 이력서와 자소서의 늪에서 헤어 나와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그저 햇빛을 바라보며 멍때리거나 꾸벅꾸벅 졸 수도 있고(그래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구름과 하늘과 꽃과 나무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앞서 말한 내 최애 도서관은 집에서도 가깝고(걸어서 1시간이었으므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늘 걸어갔다.) 벤치와 꽃과 나무가 참 예쁘다. 바람에 흐릿하게 흔들리는 연노랑 개나리, 파도처럼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의 움직임, 덩굴 사이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연둣빛 나뭇잎, 고요하게 내리며 쌓이는 눈송이들을 놓치지 않고 맘껏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옆에 좋아하는 미술관과 라면가게가 있다는 것까지 완벽.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자꾸만 포기하고 싶거나, 무기력해지는 몸과 마음을 각성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도서관에는 정말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아침 일찍 나와 저녁 늦게까지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공부한다.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갈 때마다 나는 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향해 시간을 쏟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늘 감동해 울컥한다.

취준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자꾸만 삶의 목표나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을 흐릿하게 만든다. 

그럴 때 도서관에 오면, 아 내가 얼마나 나를 합리화하고 있었나, 반성하게 되고, 

주저앉힌 마음들을 조금씩 일으키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쉼과 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하는 그 눈빛을 마주하며 

내가 얼마나 성의없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 혼자만 힘든 것 같고, 애쓰는 것 같을 때,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주고, 고독하고 외로운 내 마음을 다독여 준다. 그렇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도서관으로 오세요!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지금. 마치 고향을 잃은 듯한 거 나만 그런거 아니겠지….요….?



+부록 : 도서관 소개

저는 서울에 거주하기때문에, 제한된 정보만 제공할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정독도서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소재 / 주차 가능(공간이 많지는 않음) / 열람실, 문학실, 디지털자료실, 노트북 열람실 등으로 분류되어 있음 / 삼청동 근처라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다양함 / 근처에 주민센터가 가까워 서류 발급에 용이 / 학교들이 많아 안전한 편 / 근처에 경복궁, 창덕궁 등이 있어 걷기 좋음 / 도서관 내부에 벤치들이 많아 쉬기에 적합 / 도서관 내에서 일주일에 2번 정도 무료 영화 상영이 있음/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갤러리, 현대미술관을 비롯 미술관들이 많음 / 휴무일은 법정 공휴일과 둘째 넷째 수요일 /

매점과 식당 보유 /  

2) 국립중앙도서관

서울 서초구 소재 / 주차 가능 / 디지털 열람실은 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모바일 예약 가능) / 카드를 한번 만들어두면 금액을 충전해 프린트 사용 등에 이용할 수 있다/ 프린트가 각 열마다 놓여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 디지털 열람실 내에 전화 통화 부스가 있어 편리하지만 방음이 잘 되지는 않으므로 나가서 통화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가장 최신 시설이며 넓다/ 근처에 먹을 곳이 마땅치 않기에 도시락 등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 

3) 국회도서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 주차 가능/ 컴퓨터 사용 가능 / 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 각 층에 쉴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들이 많다/ 이용자 수가 적어 예약이 편리하다(모바일 예약 가능) / 국회 안에 있기에 놀거리,먹거리 등이 가까이 있지 않다.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때 이용하기 좋다/ 

4) 서울시청 도서관 

서울 중구 소재 / 컴퓨터 열람실이 있으나 좌석이 많지는 않다 / 컴퓨터 열람실 안에서 최신 영화를 시청할 수 있다. / 공간이 좁다 / 잡지 등을 보는 공간이 같이 있어 컴퓨터 사용 예약을 하고 기다리기에 편하다 / 컴퓨터 최대 사용시간은 2시간 / 사용자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역과 연결 되어 있고, 시내 중심이라 교통이 편리하다/ 주변에 카페나 맛집도 많고, 저렴한 음식점도 있다./인쇄 가능하나 3대 정도로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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