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우탁 May 29. 2017

우리를 이어주는 한 잔

커피가 일상에 스며들기까지




내 커피 잔 속에 위안이 있다.
-빌리 조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 한 잔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오히려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밤 해야 하는 야근, 다음 주가 제출 기한인 전공 리포트, 이른 아침 출근했을 때 아직 남아있는 졸음기.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진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약 484잔인 것을 보면 꼭 위안은 아니더라도 빼먹으면 조금은 아쉬운, 소박한 즐거움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서울에는 약 1만 7천 개의 카페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 커피시장이 포화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전체 시장이 연평균 9%씩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와 2000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2014년의 커피 수입량은 커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토록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커피는 언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그 향을 퍼뜨렸을까요?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1923년 명동 후타미보다 10년 앞선 남대문역(현 서울역)의 '남대문역 다방'이 대한민국 커피 1호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사치품이었을지라도 황실이나 귀족만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도 열린 공간이었던 거죠.



 초기의 커피는 친숙한 아메리카노가 아닌 설탕 한 스푼과 프림 두 스푼을 넣는 달달한 밀크커피, 일명 '다방커피'였습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자판기와 커피믹스가 등장하고, 90년대에는 커피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기호가 생겨나면서 다방은 점차 사라지고 지금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커피 전문점'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다방의 자리를 차지한 것에서 나아가 1999년 7월 이화여대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가 처음으로 선보인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커피 전문점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커피'라고 하면 대부분이 떠올리는 아메리카노도 스타벅스가 처음으로 공식 메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하고 쓴 맛의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카노가 다방커피의 맛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아메리카노에 대해서는 추후 더 자세히 다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이러한 환경과 변화를 시작으로 커피 전문점은 잠시 편하게 쉴 수 있고, 공부나 과제를 하거나 누군가와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원하던 사람들의 니즈를 만족시켜주었고 이는 꾸준한 커피시장의 성장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점점 더 다양해지는 커피 메뉴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그리고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수요가 생겨나면서 커피 전문점은 커피를 판매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음료나 디저트의 독특한 비주얼이나 아기자기한 분위기 등과 같이 차별화된 경험요소가 중요해졌고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카페가 생겨나게 됩니다.



 영원할 것만 같은 베스트 메뉴 아메리카노, 라떼 등 몇 종류에 한정되어 있던 카페 메뉴는 지금은 다 마셔보기도 힘들 만큼 다양해졌습니다. 지금도 누군가 새로운 메뉴를 만드려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새로운 메뉴, 사진을 찍어 과시하기 좋은 이색적인 경험을 앞세운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지금. 다음 카페는 어떤 형태일까요? 

 실로 다양한 종류와 맛의 커피가 생겨나는 순간에서 보다 정밀한 맛, 자신만의 커피를 찾는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실제로 집에서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는 분들도 많고 또 이런 셀프 드립에 점점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시고 있고요. 

 통일된 맛과 분위기에서 다양한 메뉴와 맛이 생겨나고 여기에 남들과는 다른 경험, 분위기를 주는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크게 확장해주지 않았을까요?



이색적이고 독특한 경험이 카페가 중요시해야 하는 요소가 된 지금, 더 특이하고 특별한 카페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 중에서 자신과 맞는 맛, 분위기 같은 가치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경험을 앞세운 카페들을 만나면서 점차 소박하지만 편안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순간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수도 있겠네요.



카페에서 받을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의 여유나 가득히 감싸주는 커피 향의 포근함을 자신만의 공간에 그대로 옮겨오고 싶은 욕구나 소망이 만연한 지금.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을 나만의 카페가 조만간 모두의 작은 공간에서 생겨나는. 특별한 공간이나 이색적인 소품, 전문가의 기술이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누군가의 소망이 고스란히 담긴 홈카페가 곳곳에서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