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우탁 Jun 19. 2017

스타트업 기획자가 카페에 가면

여러분들은 어떤 카페를 꿈꾸고 있나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오노레드발자크 (프랑스 소설가)-


저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인이나 개발도 하고 있고 아직 기획자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흐름을 관찰하고 또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나름 '일상을 편하게 만들자'라는 을 꾸며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획일을 하다 보면 일종의 '창작'의 고통? 까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저는 머리를 뜯기보다 사무실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일을 하는데요. 분위기 반전도 되고 어쩐지 커피를 한잔하면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운명은 아니더라도 뜻밖의 아이디어가 굴러오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기대로 잠시 도피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찾은 카페에서 새내기 기획자이지만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 습관 때문에 카페에서도 눈에 띄는 것들을 관찰하곤 하는데요. 오늘은 스타트업 기획자가 카페에서 하는 생각을 말해볼까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 합니다.

 저는 경험 많은 선임과 기획을 함께 해볼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역기획'을 자주 해보는 편인데요.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제품)를 역으로 기획해보면서 기획자가 어떤 생각, 의도를 담았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입니다.  보통 게임분야에서 익숙한 개념이고 보통은 문제를 찾고 해결하고자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기 게임인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를 역기획하면 A라는 맵에서 B라는 캐릭터의 스킬이 활용도가 높고 또 이를 막을 수 있는 스킬이 있는 C라는 캐릭터의 존재에 대한 기획자의 의도 등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저는 기존의 웹사이트, 서비스를 거슬러가면서 기획자의 생각과 의도를 떠올려보고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새롭게 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서비스의 허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법과 동시에 그 기법을 사용할 때의 주의점도 배우게 되는 거죠.


다만 역기획을 자주 하다 보니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요. 부작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습관 때문에 예능을 보면서도 최근 트렌드에 대해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는 지금 신당역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이름 모를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오기 전부터, 음료를 주문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1. 위치

이 카페는 신당역에서 5분 거리도 되지 않지만 찾기 힘든, 다소 외진 곳에 있습니다. 심지어 근처에는 목재창고나 가구 도매점들이 있어서 카페가 있기에는 다소 어색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다만 그런 삭막한 주변에서 너무 튀지 않고 녹아들어 있는 모습 때문에 끌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지도 않네요.


2. 전체 분위기

공장의 느낌을 살린 내부는 참신하지는 않지만 식상하지도 않네요. 

테이블이나 의자도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쁘거나 아기자기한 느낌이 아닌 다소 투박한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불편하지 않고 노트북을 하기에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발열이 심한 노트북은 대리석 재질의 테이블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았네요. 


테이블 간격이 넓고 천장도 높아 좁은 공간이지만 넓다는 느낌을 주네요. 

다만 조명은 높은 천장에 있어 은은한 분위기를 살려주지만 테이블 조명은 강해서 살짝 거슬리는 느낌이고요. 


3. 주문 방식과 메뉴판 배치 

천장이 높고 공장 같은 느낌으로 다소 투박한 매력이 있는 공간인데 메뉴판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메뉴판은 두리번거리다가 물어보려는 찰나에 찾았습니다. 아마 주문을 할 때 메뉴판을 보기를 바란 것 같지만 독특한 인테리어에 끌려 자리에 먼저 앉는 사람들을 위해 철제 느낌의 벽에 투박한 목재에 느낌을 살려 커다란 메뉴판을 달아뒀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기존에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느낌을 살려 카페로 최소한의 변화만 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주 참신하지도 않지만 쉽게 찾기는 힘든 의외의 공간 같은 느낌으로 아지트 같은 곳이고요. 



이외에도 사용되는 잔은 어떤 생김새인지, 테이블과의 어울림이나 테이블에 놓여있는 티슈 위에 올려져 있는 대리석이라든가 공장 느낌의 공간이 주는 통일성에 서로 다른 모양의 조명에서 느낄 수 있는 개성을 보면 한 공간에서도 찾을 때마다 다른 경험을 하기를 원했을 기획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 공장, 창고 같은 외향과는 어울리는 외관이지만 막상 들어오면 깔끔하면서도 유니크한 느낌을 주기 위해 꽤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있다는 느낌이에요. 


자세하게 몰입하면 살짝 비틀어진 메뉴판이나 시침이 빠진 시계에도 어떤 의도가 있을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지만 사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거의 없을 거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일종의 역기획을 하다 보면 카페에 대해 드는 생각이 많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느낄 수 있었던 통일성이라던가 제주도 개인 카페에서 발견한 단순함을 응용해보며 

재밌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었네요.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카페를 꿈꾸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런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카페는 아마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어떤 분은 꽃으로 가득한 카페를, 어떤 분은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카페를 꿈꿀 거고, 어떤 카페는 남산 야경이 보이는 루프탑 카페일 수 있겠네요. 



카페를 찾는 목적에는 아마 휴식의 목적도 많으시겠죠. 시간을 보내고 가까운 사람들과 편안한, 아무 생각 없이 쉬는 시간을 원한다면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유익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만의 카페를 꿈꾸고 계신다면, 혹은 일상에 사소한 변화를 주고 싶으시다면 카페와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는 것도 조심스럽게 권해드립니다. 

카페를 찾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관찰을 하다 보면 의외의 발견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새내기 기획자가 카페를 찾으면 드는 생각을 말해보았습니다. 

만남의 장소이고 쉬는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는 카페가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상상이 펼쳐지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른 환경에서 지낸 분들이 상상하는 자신만의 카페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네요 : )



+ 제가 있던 카페가 궁금하신 분은 말씀해주시면 위치와 카페를 알려드릴게요!
: )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를 이어주는 한 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