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우탁 Jan 30. 2023

한 글자를 치더라도

'나'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을 쓰기로 했다. 어릴 적부터 백일장이라던가 서술형 답지, 논술 시험, 자기소개서 등 다양한 글을 써왔지만 이번에 써야겠다고 다짐한 글은 이전과는 조금 다를 것 같다. 

나는 주변에 하나 둘 정도는 있는, 대충 주제를 주면 딱히 어렵지 않게 그럴싸한 글을 지어내곤 하던 인간 중 하나였다. 한 때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은 천재들을 마주하고 생각을 고쳐먹듯 진즉에 이런 자만심은 겸손해졌고.


개인적으로 어떤 행위를 할 때, 가장 확실하게 구분하게 되는 기준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행위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실력이 어떻든 자신의 행위로 돈을 벌게 되는 순간 숙련도라던가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추어보다는 프로에 가까워지는 셈이니까.(마음가짐이라도)


어느덧 5년차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글을 쓰는 데 있어 프로의 마음가짐(막상 쓰려니까 텍스트로 써도 부끄러운..)을 가지게 된 건 5년 전이다. 스타트업 기획자에서 매거진 에디터로 이직을 한 후, 내가 쓰고 찍은 것들로 만든 콘텐츠를 팔아 돈을 버는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조금 안타까웠던 점은 그 이후로 손으로 적든, 타이핑으로 치든, 하물며 블로그에 가벼운 느낌으로 올리는 맛집 후기까지도 어딘지 모르게 퍽퍽해진 거 같다는 점이었다. 취미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편안한 마음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생계의 연결고리가 턱 하니 꿰뚫고 있다 보니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좀 부담이고, 어느 때고 아주 조금이라도 진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분명한 것은 그런 상황이 특별히 나쁘다고만 할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나마 잘하는 것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은근슬쩍 어떻게든 끼워 넣고, 남몰래 뿌듯해하던 글쓰기를 더 이상 소심하게라도 자랑할 마음이 들지 않게 된 것, ▲하얀 화면을 띄우면 막힘없이 드는 생각을 적은 다음 하나씩 다듬어가며 마치 조각처럼 완성되는 글에 뿌듯했던 과거와는 달리 시작도 전부터 막막함을 느끼고 한 글자를 치더라도 틀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게 된 것. 이런 부분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장기 계획들을 떠올리면서 해볼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적은 목표 때문이었다.


- 뭐라도 적기


나는 왜 아직 쓰지도 않은 글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인 마냥 여기고 있었을까? '그래 이럴 이유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야지'라는 강박이 있었달까


어차피 벗어나지 못할 글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뭔가를 끄적여나갈 일상이라면 차라리 더 밀어붙여보기로 했다. 일은 더 확실하게 일로 여긴 상태로, 말 그대로 '팔릴 글을 적는 것'에 더 몰입하고, 가볍게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적을 때는 그냥 그때 드는 생각을 활자로 옮긴다. 맛집 후기는 온갖 수식어를 일단 적고 보고, 나중에 참고할 지식이나 정보, 깨달음 같은 것들은 누가 봐도 정보성 글처럼 보이게 차곡차곡 쌓아서 인사이트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한 글자를 치더라도, 그 한 글자가 아니라 상황과 이유에 더 몰입해 보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앞으로 적어나갈 이야기들의 개요이자 프롤로그다. 친구의 일기 같은 가벼운 호흡의 내용이 될 수 도 있고, 나름 진지한 인문적인 내용을 담을 수 도 있다. 딱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게 될 이들이 우연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필요한 글을 발견할 수 있다면, 나와 같거나 더 큰 위안이자 생각을 얻어갈 수 있길.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그런 크고 작은 영향들 하나하나가 또 나를 지속하게 하는 긍정적인 경험이 될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 네 제 생일이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