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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탁 Apr 03. 2020

"아 네 제 생일이네요"

점심시간에 쓰는 글

몇일 전부터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이 먼저 설레발을 치고 있던 터라 막연하게 '생일이 다가오는 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생일을 시끌벅적하게 보낸 적이 많지 않았기에 전날에는 거의 잊고 있었죠. 그리고 당일인 오늘 아침, 보기 좋게 늦잠을 자면서 지각을 했습니다. 요즘 제대로 잠을 못잤는데 어쩌면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이 숙면이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뛰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생일 선물로 지각을 너그러이 넘겨주는게 아니라 권고사직을 주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잡지사의 오전은 딱 요즘 하루 일교차처럼 변덕스럽습니다. 마감 일정이 마무리가 된 시기에는 한가롭습니다. 기자들은 각자 커피를 한 잔 하거나 누가 봐도 쇼핑을 하는 마우스 핸들링을 보여줍니다.(어느정도 다들 암묵적인...) 물론 마감이 임박했을 때는 자리에 있는 모습조차 보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마감일정에 영향이 있는 날은 아니었지만 조금 신경쓰이는 일들이 있었기에 어제 퇴근할 때 적어둔 '내일 할 일 리스트'를 보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20통은 돌렸고, 기사 초안 15줄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전화를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우체국이더라고요.


"우체국 택배인데요. 택배 현관 앞에 두면 될까요?"
"아 네, 뭐가 왔나요?"
"거 이벤트 뭐시기..."
"감사합니다!"


불현듯 지난번에 애정하는 유튜브 'D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 기억났습니다. 간단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라고 들었는데 설레이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돌아보니 '생일인데 너무 성실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생일에도 일상에 흔들림없는 편안함'처럼 시몬스같은 일관된 자세를 보이는 분들도 그 특유의 매력이 있겠지만, 지각해서 뛰어온 몰골로 오전부터 퀭한 업무를 보고 있는 자신은 그닥 멋있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햇살도 잠깐 보고 오고 커피도 머신 커피가 아니라 핸드드립(!)으로 한 잔 뽑아서 다시 앉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보내준 카톡과 기프티콘(치킨이 90%...)이 눈에 들어오고 그제서야 실감이 나네요. 


생일 맞습니다. 오늘은 이제 시작됐구요.


저와 같은, 오늘 4월 3일이 생일이신 분들 모두 축하드리고, 생일에 이 글을 봐주신 분들도 모두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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