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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운영을 왜 학부모가 다 해요?

by 김노하 Norway

노르웨이에서 자라고 있는 두 딸은 두 가지의 운동을 한다. 하나는 피겨 스케이트, 나머지 하나는 수영이다. 아이 둘 다 꾸준히 연습을 해 온 덕분에 두 종목 모두 대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는 피겨 스케이트 대회가 있었다. 대회 전에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연습을 했다. 우리 클럽 코치 샘 두 분은 왕년에 꽤 유명하셨던 피겨 선수셨는데 지금은 은퇴 후에 클럽을 위해서 봉사를 해 주시는 중이다. 연세가 있으시니 점프 시범은 보여주시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중요하다하시면서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돌봐주신다. 그래서 대회 전이라고 해서 뭔가 팽팽한 긴장감이 있지는 않다.


첫 대회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설렘과 달리 나와 남편은 부담감에 시달렸다. 일단 대회 참여 등록부터가 쉽지 않았다. 피겨는 나이별로 참여하는 대회 종목이 나누어지는데 대회 등록을 할 때 선수가 몇 가지 기술을 준비했고, 어떤 순서로 그 기술을 쓸 건지 사전 등록을 해야 한다. 음악 파일도 업로드해야 한다. 나는 선수 그룹 학부모 모임도 참여했고, 코치 선생님께 아이들이 어떤 기술을 준비했는지 메모도 받았는데 대회 등록 사이트에서만 한 시간을 넘게 헤맸다. 노르웨이어로 된 사이트에 피겨 관련 용어들이라 쉽지 않았다. 대회 참여에 필요한 정보를 등록하고 참가비를 내고 컨펌 메시지를 받기까지 한숨이 파도처럼 끊이지 않았다.


'이게 맞나? 이게 맞겠지? 아, 내가 모르는 종목을 아이들에게 시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


여자 싱글 13세 이하 프리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는 총 7개의 점프, 3개의 스핀, 1개의 스텝 시퀀스로 구성된다. 점프는 2A, 3S, 3T+2T, 2Lz, 2F+2Lo+2T, 2Lo, 2A+SEQ 등이 포함되며, 스핀은 FCSp3(플라잉 캐멀 스핀), LSp3(레이백 스핀), CoSp4(콤비네이션 스핀)으로 구성된다. 스텝 시퀀스는 StSq3이며, 여기에 선택적으로 안무 시퀀스인 ChSq를 추가할 수 있다. (신청해 놓고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두 번째 난관은 스케이트와 대회 복장이었다. 피겨 스케이트 주말 학교, 그러니까 꿈나무 양성반 같은 것을 다니면 클럽에서 스케이트를 대여할 수 있다. 그래서 매 학기 스케이트를 빌려 신었다. 클럽에서도 아이들 발은 계속 크기 때문에 매번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선수반이 된 후에도 줄곧 대여한 스케이트를 사용했는데, 대회 프로그램(개인 음악과 동작)을 준비하면서 스케이트를 사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짝 흘려듣다가 일단 첫째부터 스케이트를 사보자고 남편과 의견을 모았다.


한국 유튜브에 올라온 몇 개의 영상을 보면서 피겨 스케이트에 대해서 사전 지식도 좀 쌓고 스케이트를 사러 가는 영상도 봤는데 취미반 스케이트를 사러 간 사람들이 80만 원에 플러스 등등 해서 백만 원이 넘는 돈을 결제하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노르웨이에서도 몇 십만 원은 싼 거라고 듣긴 했는데 어쩌다 피겨를 시키는 부모가 된 건지 난감함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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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노르웨이 거주 중, 국어 교육 및 한국어 교육 전공, 글작가를 돕는 작가 크리에이터 / 종이책 <노르웨이 엄마의 힘>, 전자책 <전자책 글쓰기 셀프코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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