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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원택 Dec 06. 2016

2.10.5 바닥·벽면의 꼭짓점도 놓치지 않는다

 어느 공간이나 모서리와 꼭짓점은 각지고 구석져서 찌꺼기가 잘 낀다. 그러나 청소하기는 어렵다. 제대로 청소하려면 직원들이 쪼그리고 앉아서 칫솔이나 날카로운 것으로 찌꺼기를 파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 원가를 따지는 사업장에서 소홀하기 쉬운 사각지대다. 뻔히 알면서도 눈감고 지나가는 그런 것 중에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바닥과 벽이 만나는 선, 꼭짓점을 청소하기 쉽게 만들려고 둥글게 곡면 처리한다. 자료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소 수치는 1mm 이상의 곡면 처리를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콘크리트 벽, 벽돌 벽 또는 금속패널 벽을 시공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벽체와 바닥 공사가 끝난 다음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곡면판을 덧붙이는 것이 상례이다. 


 언뜻 보아서는 색깔도 밝고 곡면도 커서 제대로 된 것같이 보인다. 하지만 바닥 또는 벽에 부착된 알루미늄 곡면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틈새가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즉, 뭐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것처럼 작업장 위생관리를 잘 하기 위하여 곡면 처리한 것이 위생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곡면판을 제대로 부착하지 못하거나 이음새 마감을 잘못하여 생긴 틈으로 물이나 찌꺼기가 들어가면 벌레 서식처나 찌꺼기 부패 장소를 제공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곡면 시공은 전체 공사 측면에서는 매우 미미한 부분이지만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겉보다 속이고, 외형보다 내실이듯이 ‘왜 곡면 처리를 하는 가?’에 대한 이유와 목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청소만 효과적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면 돈도 많이 들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곡면판 덧댐 공사보다는 경사면 처리 방식이 더 좋은 방식이 아닌가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바닥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최근 HACCP 대응 공장을 준비하는 회사 중에 ‘바닥은 무조건 좋은 재질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할 때가 있다. 식품공장이나 주방의 문제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닥이기 때문에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쉽게 깨지거나 들떠서 심사에서 빈번히 지적받는 식품 업체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바닥의 요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하면 보다 경제적인 설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바닥이 갖추어야 하는 요건은 '물을 흡수하지 않고, 표면이 거칠지 않아야 한다. 바닥은 부식되지 않아야 하고, 잘 부서지거나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식품을 가공, 조리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물, 기름 등으로 인한 미끄럼이 적어야 한다'이다. 언뜻 보면 바닥의 구비 요건이 너무 많아서 이를 다 충족할 재질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 요건을 하나씩 분리해서 충족시키는 접근을 하면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작업장 모두에서 기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름이 많은 장소만 내유성 바닥 재질을 사용하고, 작업장에 물도 없고 기름도 없다면 값싼 일반 바닥 재질을 적용하는 식으로 작업장의 특성을 구분해서 적합한 바닥 재질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바닥 코팅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사용하면 할수록 닳고 파손되는 소모성이고 한시성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바닥을 자주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바로 보수하는 관리기법이 값비싼 바닥 재질로 시공하고서 유지보수를 소홀히 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라는 점도 설계나 공사 비용을 산정할 때 반영해야 한다. 


 참고적으로 개보수 설계 때 바닥 일부에 깔판(고무 재질, 플라스틱 재질, 금속 재질 등으로 된 매트)을 깔아서 보조 바닥처럼 사용할 계획이라면 해당 깔판을 자주 걷어내서 세척·소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깔판의 재질, 크기 등을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융 같이 털 사이사이에 찌꺼기가 낄 수 있는 타입은 바닥재질로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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