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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개 Dec 22. 2016

흙으로 만나는 아이들

#  완주 이성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이번 시간에는 전북 이서면에 있는 이성초등학교 흙건축 교육을 소개합니다. 이성초등학교는 전교생  133명이 있는 학교로서 시골의 한적한 장소에 있습니다. 


학교 마을이 함께하는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시작 교육은 8주 차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육을 진행한 대상은 3~4학년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2개 학년별 2시간씩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 1 - 수업 주제: 나도 건축가 & 벤치 디자인 (16.04.28) 


이번 시간의 주제는 나도 건축가입니다. 건축을 주제로 처음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위해 생활 주변에서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졸업을 진행할 때까지 아이들은 학교 공간에서 놀고 배우며 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보내게 됩니다. 크고 높은 건축물,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건축물이 아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공간을 알고 표현해본다면 건축의 시작인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됩니다. 


수업은 포스트잇과 펜으로 진행이 됩니다.

 "친구들 모두 포스트잇과 펜을 가지고 있죠? 이제부터 우리는 이성초등학교를 같이 한번 알아봐요. 가지고 있는 포스트잇에 우리 교실 이름을 쓰고 책상 가장 가운데 공간에 붙여주세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는 것은 공간감을 익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학교 공간에 대한 표현을 본인의 생황 공간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 가운데에 붙여 놓은 교실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교실과 화장실 등을 차례차례 생각나는 대로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보세요. "   

책상에 공간을 생각난 대로 붙여보고 위치가 틀리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바로 잡으며 학교의 평면도가 하나씩 완성되게 됩니다. 교실별 공간의 위치가 완성이 되면 서로가 비교를 해보면서 무엇이 다른지 확인하도록 합니다. 

모두 다 완성된 것을 확인한 후 건축의 평면도를 보여주며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여러분이 포스트잇으로 만든 내용과 선생님이 보여주는 사진을 한번 비교해 보세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요? " 아이들은 학교의 공간에 대해 위치를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쉬는 시간 후 이번에는 벤치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강의자료를 통해 벤치의 역할과 사례를 보여 주면서 다양한 모습의 벤치 구성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후 학교에 만들고 싶은 벤치의 모양과 크기 등을 예상하며 종이에 대략적인 스케치를 진행했습니다. 

팀별로 진행한 수업이 개인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주장이 강한 아이와 내성적인 아이가 함께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분명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는데 이야기 도중에 강사는 참여하지 않았고 대신 어떤 아이가 의견을 제시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결정이 난 아이디어에 강사는 아이들이 제시한 자료와 논의 시 좋은 아이디어였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리며 수업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시간으로 마무리하고 첫 번째 교육을 마무리하였습니다. 



# 2 - 수업 주제: 흙벽돌 만들기 (16.05.12) 


 두 번째 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흙벽돌을 제작했습니다. 학교의 운동장의 한편에서 흙과 모래 그리고 석회를 사용하여 흙벽돌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습니다. 배합하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들의 고운 손으로 직접 삽으로 비비고 손으로 반죽하여 흙벽돌을 만들어 갔습니다. 

사전에 계획한 쉼터에 사용할 벽돌의 양은 대략 300~400개의 벽돌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수업 시간 동안 만들 수 있는 벽돌의 개수가 달라지는데 이번 교육에는 약 50개의 흙벽돌이 완성되었습니다. 

흙벽돌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삽을 사용한 친구도 있었고 대부분 벽돌을 처음 만들어 봤다고 합니다.  

이번 시간에 만든 벽돌은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벤치 제작 시 상부에 넣어 사용할 계획입니다.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입니다. 


2명의 학생이 수업이 참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 우리가 벽돌 만들 때 같이 안 만들었다고 벤치에 앉지 말래요. 그래서 이제 안 만들 거예요" 


제가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을 이랬습니다. 

' 얘들아 만들자(대답 후 놀러 감)' ' 얘들아 같이 해야지(대답 후 사라짐)' ' 같이 쓸 벤치니까 함께 만들어야지(쓰지 않을 거니 만들지 않겠다고 하고 꼭 보이는 곳에 숨어서 놀고 있음)' 아마도 몇 주가 더 갈듯 합니다. ^^ 




# 3 - 수업 주제: 쉼터 기초 만들기 (16.05.19) 


이번 시간부터는 쉼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벤치를 만들기 위해서 기초를 압축해서 만든 흙벽돌을 사용하여 조적 하였습니다. 흙벽돌을 쌓기 위해 지난주 흙벽돌을 만들기 위해 반죽했던 흙과 동일한 반죽으로 벽돌과 벽돌을 쌓았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와 학생 모두 동일한 활동을 반복하게 되면서 집중도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건축 수업을 진행할 때 가장 우려스러운 모습인데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알려주면서 진행을 하고자 합니다. 3학년과 4학년이 따로 벤치를 만들기 때문에 만들어가는 속도도 차이가 있고 수업을 참여하는 참여도 또한 다릅니다. 5월이 지나가면서 날씨 또한 더워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수업에 지쳐가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 마를 때까지 건들지 말아주세요' 아이들이 흙벽돌을 말리고 있는 장소에 써 붙인 문구입니다. 


# 4 - 수업 주제: 쉼터 벤치 제작 - 흙벽돌 쌓기-1 (16.05.26) 


지난주 흙벽돌로 기초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흙을 반죽하여  앉을 수 있는 높이까지 벽돌을 쌓을 예정입니다. 공정은 똑같습니다. 흙을 반죽하고 벽돌을 나르고 쌓아 갑니다. 3주째 흙을 삽으로 반죽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언제 끝나요?" 흙 반죽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질문이지요..  " 벤치 높이까지만 쌓으면 더 반죽 안 해도 돼"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반죽하는 양은 200kg, 전체 벤치 쌓기에 필요한 흙 반죽의 양은 1t 정도 된다는 말을 풀어서 설명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교육 도중 여러 가지 놀이가 진행됩니다. 두꺼비집 짓기, 모래놀이, 흙 던지기 놀이, 물놀이, 똥 만들기..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놀이들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 5 - 수업 주제: 쉼터 벤치 제작 - 흙벽돌 쌓기-2 (16.06.09)


오늘도 흙벽돌과 삽 나무 등을 가지고 수업을 나갑니다. 


오늘의 수업은 여전히 흙 벤치를 쌓아가고 흙을 반죽하는 일정입니다. 반복되는 일정이기에 별다른 설명 없이 수업 진행상황만 알려줍니다. " 오늘은 지난주와 같습니다. 반죽하고 벽돌을 쌓습니다" 새로운 놀이도 생겨났습니다. 흙 조형물 체험, 꽃놀이, 술래잡기 등이 새롭게 다시 등장했습니다. 


수업 진행 도중 질문을 받았습니다. 학교 관계자로부터.. 질문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  학생들이 만들고 있는 걸 봤는데 너무 엉성해 보이는데 마무리는 깔끔하게 될 수 있습니까?" 

" 아이들이 한 작품으로는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속마음: 시공의뢰였으면 하루 만에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하루 2시간씩 수업으로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왜 지붕을 저걸로 했어요? 다른 걸로 바꾸면 안 될까요?" 

" 이미 사전에 다 이야기된 내용이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습니다." (속마음: 교육하기 전에 저랑 만나셨고 제가 이미지 사진까지 보여드리며 이야기 다 했습니다. 이제 와서 변경하라는 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요?) 


수업은 수업이고 결과물은 결과물인가요...  

가끔씩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웃게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소리친다는 점입니다. 



# 6 - 수업 주제: 쉼터 벤치 제작 - 나무 상판 제작  (16.06.23)


이번 주에는 흙 벤치의 상부를 나무로 마무리하는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도구를 이용하여 고정을 하였습니다. 녹색 오일스테인을 발라 일부 벤치를 마무리했습니다. 학교 측의 요청과 아이들의 실습의 양을 확인한 결과 일부 추가적으로 벤치를 더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다음 주 작은 벤치 한 개를 더 만들기로 예정하고 무더운 여름 날을 보냅니다. 





# 7 - 수업 주제: 쉼터 벤치 제작 - 마감 (16.07.18) 


이번 수업에는 추가적인 벤치 1개를 더 제작하였습니다. 첫 번째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계획했던 세월호를 상징하는 배의 형태를 벤치로 만들었습니다. 제작된 기초 위에 흙을 넣은 양파망을 쌓고 흙을 반죽하여 마무리하였습니다. 중간에 비가 와서 수업이  몇 주 미뤄졌고 흙이 마르지 않아 추가 공정이 바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업으로서 공식적인 교육을 마무리하고 아쉽지만 함께 만들어 낸 결과물을 바라보며 수업을 정리하였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난 뒤... 

흙 구조물의 방수처리를 위해 방학 중 다시 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어 흙 선생님이다!" 

방학 중에 학교에 학생이 있다니... 


이성초등학교 학생들이 땀 흘려 만든 저 작품이 본인의 후배들에게 두고두고 이야기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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