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어떤 이유로도 의미가 충분한 새해가 밝았다.
도망치고 둘러가도 시간은 늘 오늘을 맞이하게 하고,
별로 달라질 것 없을 거란 생각은 어제의 날들처럼 잠시 박제된다.
일요일 밤. 엄마와 남편과 동생과 나
넷이 둘러앉아 함께 맞춘 퍼즐은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31일 저녁 엄마에게 새로운 퍼즐을 건네려 찾아갔다.
한 해가 지났고 앞으로는 좋은 일들이 가득할 거란 의미로
하얀 케이크를 사고 9개의 초에 불을 붙였지만
엄마는 갑자기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다.
옆에 있던 남편도 아빠도 함께
빨강머리 앤엔 이런 대사가 있다.
'오늘은 좋지 않은 일만 생겼지만, 마지막이 근사했어요.'
유난했던 우리의 2018년 마지막이 나는 꽤 근사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고마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