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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Dec 20. 2017

사랑일까요, 사랑이었을까요…….

   

'들려요

내 맘이 말하잖아요

얼마나 오래 그대 뒷모습 바라봤는지

묻고 싶어요

그대도 그래 왔는지......'   

  

그녀는 내 뒷모습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문득 내가 수없이 보았던 그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이별에 아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음률 속에 지난날의 추억, 감정이 흐르는 것 같고 가사 속에 가슴속 못다 한 이야기가 그리고 그리움이 배어 있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노래가 있을 것이다.

수없이 반복해서 노래를 듣고 아파하며 그리워했던 날들, 그 날들은 내게 여전히 남아있을까?     


소야의 ‘사랑일까요’ 이 노래를 들었던 건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매일 같이 들어가던 그녀의 미니 홈페이지 배경음악에서였다.

그 시절에는 우리 모두 싸이월드를 했으니까.

누구나 추억이 있으리라. 그녀의 홈페이지를 수없이 들락거리고 방명록을 썼다 지우고 썻다지우던 젊은 날의 늦은 밤을.

나는 처음으로 머뭇거림 없이 지구 반대편에 있던 그녀에게 달려갔고 우리는 다시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봄은 그곳에서 천천히 희미해져 갔고 겨울의 스산한 바람만이 우리가 떠난 자리에 남았다.

나는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봄은 잠시 뿐이라는 것을.     

남들이 겪는 이별의 아픔 단계는 내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누구보다 길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이 노래를 들었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노랫말에 매일같이 아픔을 말했다.  

사실 이 단순한 노래가 내게 얼마만큼 큰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하면 놀랍다.

누군가 나의 마음속에 손을 넣고 마구 휘젓는 것처럼 노래를 들을 때면 마음이 요동쳤다.

그럼에도 더딘 시간은 흘렀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상대성이론처럼 힘든 시간들은 몹시도 천천히 흐르지만 뒤돌아보는 순간 그 시간들은 이미 지나가버린다.

수많은 겨울이 지나고 마침내 이 노래도 그 겨울도 내 곁에 더 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원히 이 노래를 들으며 아파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렇다. 아픔과 고통의 영원한 적은 시간이었다.

후련하고 기쁘고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해야지!라고 나는 생각했을까?

그녀를 떠올려도 지난 우리의 추억 장면을 떠올려도 노래를 다시 들어도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다. 정말 아무렇지 않다.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지난날을 추억한다. 아무 감정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게 정말 문제였다.  인생에서 커다란 하나의 사건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잊었다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고통이 끝난 후에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내게 남은 감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그리움’이라는 단어 하나만이 남았다.

정확히 콕찝어 어떤 시점이나 특정 사람이 아니라 그저 그리움 그 단어뿐이다.

슬픔 없는 그리움만이 남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시절 그때 그 아팠던 나의 그리움의 계절이 더 그립다.

지금의 출처도 불문 명한 그리움이 아니라 명확했던 나의 그리움이 더 좋았다.

그때, 그 시절의 감정 그리고 그리움은 이제 말끔히 사라졌다.

추운 겨울바람이 어느새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작별의 인사도 없이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 버리는 우리의 계절.     

의문점이 하나 남았다.

그 시절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했던 미워했던 그리워했던 모든 감정까지 사라져 버렸기에 그녀는 내게 어떤 존재로 남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그토록 줄기차게 듣던 그 노래에서 찾았다.     


‘또 누굴 만나고 사는 동안 또 사랑이야 오겠지만

누구를 그대만큼 사랑할까

언제쯤 그때처럼 사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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