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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Apr 01. 2018

지금의 이별도 결국에는 익숙해질 거야

인생도 무한도전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젊은 날의 한 부분이 잘려나가는 기분이라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청춘이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무한도전이 종영한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들이다.

어쩌면 예견된 어쩌면 갑자기 이별은 내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들어왔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인식하는 나의 젊은 날의 시작은 무한도전을 보기 시작했던 즈음이 아니었나 한다.

대한민국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무한도전에 빠져들었고 때마침 청춘은 시작되었다.

인터넷이 매우 좋지 않았던 외국에서 재주 좋은 친구들은 늘 어디선가 무한도전을 받아와 함께 공유했다.

딱히 한국인이, 음식이 그리운 것도 아니었음에도 무한도전은 늘 함께해야만 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것이 아니면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도, 그녀를 따라 간 머나먼 타국에서 대차게 차인 그날도, 그녀를 떠나보내고 오랫동안 기다린 수많은 그날들도 무한도전은 늘 나와 함께였다.

혼자였을 때 나를 위로했고 둘이었을 때는 우리를 웃음 짓게 했다.

무한도전은 그저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많은 무한도전의 에피소드 속에는 나의 기쁨과 아픔, 추억도 같은 선상에서 함께 걸려 있는 것이다.

당신의 젊은 날도 아마 그렇겠지.   

  

삶은 곧 이별이다. 이별로 시작해 이별로 끝난다. 그럼에도 눈앞의 이별은 늘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우린 늘 영원을 바란다.

수십 년 후 백발이 무성한 채 미래 방송을 하던 무한도전처럼 우리도 그때는 영원한 청춘을 그리고 사랑을 꿈꾼 적이 있다.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끝은 시작과 한 세트처럼 묶여 시작의 뒤편에 숨어 있다가 어느샌가 우리 앞에 와 있곤 한다.

미처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이다.

그럼에도 매 순간마다 우리는 영원하길 꿈꾼다.     


언젠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무한도전을 보는 거라고 그녀에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그녀는 무한도전만 보면 내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을까.     


"당신이 없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려니 목 구녕까지 차오른 눈물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사무쳤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저 이별은 그렇게 미완성으로 흘려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무한도전의 허무한 마지막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별에 완성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내게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한도전이 다시 돌아 올 수도 혹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아쉬울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또 그 삶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쓸쓸하고 공허한 익숙해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인생 역시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무한도전이다.

13년간 나의 모든 삶과 함께 했던 무한도전을 떠나보내는 일은 나의 청춘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과 같다.

어떠한 말로도, 어떠한 글로도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 있다.

글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적이 있었을까, 마침표를 찍는 순간 무한도전과 내 청춘은 이제 미래의 나에게 기억될 작은 추억의 조각 일 뿐이다.

무엇으로도 표현되지 못할 인생의 한 부분을 함께 했던 무한도전을 이제 놓아주려 한다.

그리고 그 시절을 나의 젊음도 오늘 떠나보낸다.

그저 우리의 추억이 어딘가에서 영원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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