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ist : 인천앞바다
개항장엔 한중일 조계지가 있어 치열한 세력싸움이 있었고, 6.25 때는 인천상륙작전으로 집중포화를 맞았으며, 이후 “건강한 신체만 있으면 제물포에서 밥은 먹을 수 있다”라는 말이 퍼져 각 지역에서 많은 이주민이 제물포 부두로 들어왔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결국 돈 벌어서 서울 입성하는 것이었겠죠. 각박한 삶의 현실 속에서도 품은 신분상승의 꿈, 옆 대도시 서울을 서포트하며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하고 싶은 욕망과 그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장면들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자 내 삶의 확장판으로 인천을 들여다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항장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많은 이주민이 들어와서 만든 끈질긴 삶입니다. 저 역시 경인선 전철을 타고 서울로 인천으로 매일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지겹도록 실수하고, 실망하며 오갔습니다. 현재는 경인선 끝 인천역에 공간까지 운영하게 되었죠.
1899년 개통된 경인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입니다. 개항당시 인천에는 바다를 건너온 외교관, 선교사, 장사꾼 등 외국인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의 대다수 목적지는 한양이었죠. 철도가 생기기 전 그들은 한양을 가기 위해 최소 하루는 제물포에서 묵어야 했습니다. 길 떠날 가마꾼이나 말과 마부를 구하거나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선을 타려면 며칠씩 기다려야 했고, 자연스럽게 제물포에 이들이 묵을 숙박 시설이 필요했습니다. 대불호텔 등 호텔(여관)이 성업했고, 그곳에서 음악회와 낭송회 등이 진행되었던 기록이 있습니다. 중구 관동 3가 일대는 당시부터 여관골목이 형성되었습니다. 1960년 초반 개항장에 만들어진 인천여관은 당시 건축물의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듯한 네모 벽돌이 아닌 깨진 벽돌을 당시엔 재활용한 흔적을 볼 수 있으며, 2층 복도식 공동 화장실 구조지만 욕조는 방마다 구비되어 있습니다. 먼 항해를 마친 선원들은 좁지만 개별 욕조가 딸린 여관방에서 씻고 휴식을 취했을 것입니다.
개항 당시 문화공간의 역할을 했던 대불호텔과 권번 등에서 진행되던 음악회와 낭송회 등은 이후 클럽과 다방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일제가 부평에 전쟁물품 제작을 위해 만든 조병창에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클럽들이 모인 ‘에스컴 시티’가 생겼고, 신포동과 동인천 일대에서 1960년대에 생겨 70년대까지 운영되었던 '짐다방', '별다방'이 인천 최초의 본격 음악감상실이었습니다. '짐다방'은 주로 클래식을, '별다방'은 주로 팝을 틀었는데 별다방에서 인천 출신 가수 송창식 님이 무명시절을 보내며 음악을 들으셨고, 인천 1호 디제이 윤효중 님은 인기 DJ였습니다. 디제이 연합회 회장을 지낸 인천 출신의 김유철(현재 관교동 ‘비틀스’ 운영 중) 님은 83년까지 심지를 운영했고, 이후 형님의 후배이자 오디오/영상 전문가인 송명헌 님이 운영하면서 '심지'는 뮤직비디오 감상실로 90년대의 황금기를 맞게 되며 ‘유진’등 다양한 음악 감상실과 ‘대명 라이브홀’ 등 일대에 음악 공연 공간이 생기며 서울의 뮤지션들이 내려와서 공연하게 되고 동인천과 신포동 일대는 다시 한번 중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당시 인천여관은 가수 '이숙'님의 소유였습니다. 미 8군 무대에서 20대 초부터 노래를 부른 이숙은 작곡가 길옥윤 님의 눈에 띄어 1974년 '눈이 내리네' '우정'을 발표하며 인기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슬픈 눈동자의 소녀' '슬픔이여 안녕' '벌써 나를 잊으셨나요'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1974년 TBC 등 방송사 가수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지내다 80년 돌연 미국으로 건너간 이숙 님은 이곳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10여 년이 지난 90년 초반 노부부가 여관을 운영하신다고 들어오지만, 깔끔하게 신축된 여관들에 비해 골목길안쪽 오래된 이곳은 경쟁 상대도 되지 못합니다. 이후 구도심 쇠퇴와 경기침체까지 오면서 영업은 불가능했습니다. 전기와 수도가 차례로 끊기며 10년 이상 이곳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할머니 할아버님께서 결국 주민지원시설로 옮기면서 다시 시작된 침묵은 또 10여 년간 이어졌습니다.
이웃들은 꽤 긴 시간 이어져온 정적이 익숙했을 것입니다. 2017년, 저는 이곳에서 새로운 얘기들을 만들어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관방엔 장기 단기로 작가와 뮤지션들이 오갔고, 그동안 만들어진 작품들이 우릴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 Playlist : 인천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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