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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ic Finger Jul 15. 2023

일팔일구: 독립, 표현

일팔일구 전시 마중글

 


이 전시는 ‘호모 사피엔스는 현대에서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가? 복잡한 현대 생활과 혼란한 사회의 관계 속에서 자립적이고 독자적인 하루를 만들고 표현하는가’라는 상념에서 시작되었다. 모더니티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은 복잡한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은 신경과민의 상태에서 살아가며, 이렇게 복잡한 사회를 견디기 위한 자구책으로 현상에 대한 둔감성과 객관적 시각을 갖고 살게 된다고 하였다. 감성보다는 지성주의에 빠져 하루하루를 헤쳐나간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말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음을 말하기도 하지만, 둔감하면서 타자에 대한 무관심에 이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타자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예술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예술 작품은 보고 느끼는 정서적인 대상으로 여겨졌다. 완성된 작품에 대해 느끼고 공감하며 사유하는 대상인 것이다. 여기에 자아에 대한 탐구가 더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기호를 통해 이루어지고 결과물 역시 기호로써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호 체계가 언어인 만큼, 이 말은 비트겐슈타인이 했던 ‘언어는 삶이 존재하는 기반이다’라는 말로 대치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언어를 통해 살아질 뿐 그렇지 않은 삶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언어로 말하는 것은 삶의 활동, 삶의 형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언어를 통해 삶이 이루어지고 삶의 형식을 찾아가고 나아가 이것은 자아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개념미술가 멜 보크너는 완성된 작품의 형상보다 작가의 아이디어나 철학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여겼다. 사유하는 과정 자체를 사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제는 미술 작품 역시 단순히 느끼고 공감하는 차원을 넘어서, 읽고 생각하는 행위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것은 객관적 지성주의에 빠져버린 현대인들의 사유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멜 보크너는 미술작품은 개념에서 시작된다고 했음에도, 감각적이고 물질적 실현이라는 측면 역시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작품의 표현 방식 역시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가들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실현하는 일과와 철학을 담았다. 바로 작가들의 사유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물리적 실현들이다. 이 작품들에 담긴 그들의 예술에 대한 생각과 철학은 작가들의 자아이다. 이 작품들을 타자로서 바라보지 말고 다시 그 작품에서 자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 행위가 읽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행위가 되었음을 기억하자. 그러면 단순히 타자로서의 작품이 아닌, 작가의 사유가 나의 사유가 되어 자아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타자와 멀어지는 현대인들도 종국에는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타자와의 관계를 피할 수 없으며 이 과정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자아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으며, 공동체 속에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개별화된 자아들의 발전지향적 목적으로 협력적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미국의 기호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의 말을 떠올려본다.  

                                                      (박 소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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