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에 대해 공부하고자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사실 요즘 그림 그리는데 빠져서 공부보다는 ‘오늘은 무얼 그릴까’에 열중하며 지내고 있다. 하루는 T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기호학보다는 그림 그리는데 빠져 있다고 했더니 기호학은 사유 그 자체이기 때문에 기호학 공부는 하지 않고 그림 그리는데 열중한다는 말을 성립할 수 없다고 하셨다.
우리의 모든 사유가 기호학이고 기호학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학문이므로 기호학과 그림이 분리될 수 없으며 역시나 기호학과 우리 삶이 분리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이 기호학이기 때문에 그림에 빠져 있다고 기호학을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나는 기호학의 정의에 대해 말할 때면 늘 ‘기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사유하는 것, 또 그것을 표현한 것 모두 기호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생각했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니 그림은 기표가 되고 나의 생각은 기의가 된다. 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한 과정은 기호작용에 해당한다. 내가 사고하는 모든 것이 기호작용이며 넓게는 기호학이다.
내가 말해온 기호학의 정의가 한층 더 굳건해졌다. 사유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든 앞으로 더 많이 사유하고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는 그림을 더 많이 그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