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하나
카페에서 주문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내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이스크림 하나.
다른 이들은 번듯한 잔에 빨대나 스푼을 챙겨 주었다.
나는 휴지 한 장도 스테인리스 스푼 하나도 없이
아이스크림만 아무렇게나 무심히 놓여 있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니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예쁜 그릇에 떠줄 것이라는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티스푼은 하나쯤 챙겨주지.
아이스크림 통 뚜껑에 붙은 나무 숟가락을 떼어내
퉁명스럽게 떠먹는다.
나 빼고 다른 이들 모두 까르르까르르 즐겁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