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복 입고 다닐 때 생각해 봐. 그때 생각하면 뭐. 이런 카페 와서 커피도 마시고 성공했지"
"근데 나 아르바이트하는 곳은 시급 진짜 짜. 아, 나도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
"그러게 체력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돈이 없다"
"야, 나이 들면 시간이랑 돈은 있는데 체력이 없잖아!"
"맞다 맞다. 그러네. 한창 일할 때는 돈이랑 체력은 있는데 시간이 없고"
"이거 완전 삼각형 이론이다잉"
옅은 갈색의 카페 휴지에 볼펜으로 삼각형을 그려놓고 엄청난 이론을 발견한 것처럼 수다를 떨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돈이라고 외치면서.
돈과 체력과 시간이 모두 갖춰진 때는 언제일까? 여기서 돈은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현금자산이다. 묶여있는 돈은 돈이 아니야! 시간은 일부러 내지 않아도 여유롭게 유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억지로 짜 맞춰서 내는 시간은 해당되지 않는다. 체력은... 음, 체력은... 지리산 천왕봉 정도는 올라갈 수 있는 체력으로 해두겠다. 걸을 수는 있지만 오르질 못한다면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왜 멋진 풍경은 죄다 높은 곳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가! 종합해 보면 여유 있는 현금 자산과 언제든 뺄 수 있는 시간, 지리산 천왕봉 정도는 오를 수 있는 무릎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런 때가 오기는 오는 걸까? 돈, 시간, 체력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면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물론 지금의 나는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현금자산이 많지 않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주말에는 누워있기 바쁘니 시간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무릎마저도 조금만 무리해서 걸으면 욱신거리니 체력도 관리하고 키워야 한다. 삼각형 이론에 따르면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이다.
수년 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에서 인생을 80세로 보았을 때 이를 하루 24시간으로 표현하면 1년이 18분이라고 계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수명이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는 인생시계를 새롭게 적용해 볼 수 있다.
기대수명 80세로 보면 40세는 딱 중간인 정오인데, 100세로 보면 40세는 오전 11시쯤이다. 아직 점심도 먹기 전이라니. 마흔은해가 중천에 떠있으니 한창 때이다. 흰머리 좀 난다고 우는 소리 하면 안 되겠다. 여전히 오전이라고 생각하니 무언가를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아 보인다. 100세 인생 시계로 보면 62.5세도 오후 3시니까 밖이 여전히 환한 시간이다. 인생 참 짧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길게 느껴지는 마법의 시계다.
먼 미래까지 생각하니 체력 관리도 하고,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인생의 후반부를 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지금이 전성기인 것은 확실하다. 우는 소리 그만하고, 체력관리 단단히 해서 오래도록 멋지게 살아 보자. 삼각형을 꽉 채우는 그날.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야!" 확신하는 글을 쓸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