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an KIM Sep 25. 2018

[ESC] (24) 내 텍스트 만들기

정보의 요약과 복원으로 단단한 체계 위에 깊은 내공을 쌓자

텍스트를 읽고 나만의 내용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규학기로 수업을 들으면 기억에서 잘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20대에 공부한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의 요약과 복원


그 비결은 "정보의 요약과 복원"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수업을 들으면 방대한 정보를 A4 10장 분량으로 요약하는 과정과, A4 4줄 분량의 요약된 정보를 다시 답안지 4장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거치게 된다.


정규학기로 수업을 들으면 시험을 보기 위해 기한을 놓고 정보를 재빨리 요약했다가 재빨리 복원하는 과정을 한 학기에 두 번 이상 거치게 된다. 레포트도 자신의 머리에 떠오른 단상을 논문 형식을 갖춘 글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정보의 복원 또는 재현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는 20대에 온전히 모든 시간을 들여 특정 주제에 관한 정보의 요약과 복원에 몰두한다. 요약과 복원으로 단단하게 쌓은 기반 위에 또다른 정보의 요약과 복원을 통해 새로운 지층을 튼실히 쌓아나간다.


30대가 되어 단순 업무 시간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빼고 나면 사실, 눈 앞을 스쳐가는 정보는 많아도 뇌주름과 뼈마디에 새기는 정보는 별로 없다. 요약과 복원 과정을 거쳐 일부러 공들여 몸에 붙여놓기 전에는. 적어도 내 경우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밑줄도 치지 않고 글도 적지 않고 텍스트들을 죽죽 읽어나가면서도 머릿속에 다 정리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 기억하고 응용까지 할 줄 아는 천재이거나, 쓸데없는 독서를 하거나.


깨작대지 말고, 단단한 체계를 세우자


인스타그램 운동기구 광고를 보면 온 몸이 근육질인 형님이 나와서 자신은 이 운동기구로 근육을 키웠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알 사람은 안다. 본래 그 모델의 울퉁불퉁한 근육은 중량 쇠질(프리웨이트)과 식단조절로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몸을 제대로 키우려면 어디 SNS에서 파는 운동기구로 깨작대기보다는, 쇠질 중량을 늘리고 식단조절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사고에 체계를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우리 뇌에 주입한다. 네이버 메인이 되었든, 지하철 광고판 뉴스문구든. 정보의 홍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흔들리지 않는 체계, 프레임이 필요하고, 나만의 체계는 독서와 정보의 요약/복원 과정으로 단련된다(단순히 문자를 눈에 바르는 독서나 웹서핑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단단한 체계는 곧 깊은 내공이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단단한 체계와 깊은 내공을 쌓는 수밖에 없다. 여러 책을 깨작대지 말자. 쓸데없는 독서가 되지 않으려면 깊이가 깊지 않은 책일지라도 2번 이상 읽고, 독후감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첨삭을 받아 한 번 더 써보고, 마지막으로 책을 한 번 더 읽어줘야 한다. 정보의 요약과 복원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내 텍스트로 만들고 내 살과 뼈, 삶의 일부로 만들어버리자.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부러우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 사람도 그렇게 좋은 글을 얻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ESC] (23) 회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