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야닉 네제 세갱
기대했음에도 기대를 뛰어넘었던 2019년 하반기 최고의 공연.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PO)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정한 사운드 맛집 악단이다.
2년 전에 멘델스존과 베토벤으로 내한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조성진과 1부에 라흐마니노프를, 2부에 드보르작을 선보였다.
PO의 사운드가 얼마나 유려한지는 협주곡과 교향곡만 두고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협주곡에서 솔리스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밸런스를 보여준 이 악단은, 2부에서 교향곡을 연주할 때 진정한 주인공으로서 1부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하나씩 꺼내 진열하는데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동부 오케스트라가 강하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그 중심에 있다. 미국 악단은 유럽 악단과 소리의 질감이 다른데, 혹자는 PO를 가장 미국적이라고도 한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PO가 츠베덴의 뉴욕 필이나 두다멜의 LA필보다도 그들만의 색채가 뚜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악단의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정말이지 인생 드보르작이었다. 소리의 강약조절도 탁월하고 섬세함과 웅장함의 밸런스가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발레로 비유하면 지젤의 칼군무를 볼 때의 그런 경이로움이다.
현재 PO의 상임지휘자인 야닉 네제 세갱의 남다른 리더쉽은 이미 유명한지 오래다. 포디엄 위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마에스트로의 모습은 2년 전과 똑같았고, 단원들과의 유대감은 더 깊어진 듯 했다. 쏟아지는 박수에 단원들부터 챙기는 그의 모습이 따스했다. 계약 기간 7년 남았다는데, 부디 오래오래 남아주기를!
오늘 모든 것이 대박인 와중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팀파니 단원이랑 금관악기군 최고였다. 드보르작 4악장에서 금관악기군이 탁 트인 소리를 내주니 역시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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