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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Feb 25. 2022

클래식부터 EDM까지, 장르 맛집 뮤지컬을 소개합니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2021년 상반기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을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이머시브 공연 중에서도 이렇게 적극적인 작품은 처음이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기분이 색다른 짜릿함을 준다. 진정 온 감각을 뒤흔들어놓는 공연이다.


1부, 2부 모두 시작 5분 전부터 앙상블이 코앞에서 연주를 하는데 <그레이트 코멧>은 이때부터 관객의 마음을 단단히 훔쳐버린다. 앙상블이 직접 뛰어다니며 각종 악기를 연주하고, 객석 사이에서 춤추는 모습에 이미 19세기 러시아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넘버도 클래식, 오페라, EDM, 재즈, 팝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든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넘버들이 장면 사이에 위화감 없이 스며드는 것도 대단한데, 무엇보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데이브 말로이가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잘 나가는 작곡가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중독적인 넘버들이라니!


<그레이트 코멧>은 오페라처럼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성스루 뮤지컬이다. 넘버에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 등 모든 것이 압축되어있는데, 묘하게 고전적인 형태이면서도 극 자체의 모던함과 섞이는 느낌이 좋다.


전체 스토리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원작의 방대한 내용 중 일부만을 가져왔다. 스토리 앞 뒤를 영리하고도 과감하게 잘라내서 또 감탄했다.


기획사에서 지정한 코멧석에서 감상하면 배우들과 눈 마주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일반 객석 중앙 블록에 착석했을 때의 감상이 좀 더 이머시브 극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도하다.


코로나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레이트 코멧> 개막 시기가 2020년 하반기에서 2021년 상반기로 미뤄졌었다. 미뤄졌던 만큼 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공연장을 꽉 채워서 작품과는 별개로 많이 감동받았다. 2부 후반부에 'The Abduction'에서 'Balaga'로 이어지는 미친 속도의 넘버 중간에, 모든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멈추고 그대로 바닥에 눕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기도 하다. 진짜 최고다. 진짜 미쳤다. 라고 속으로 백번 천번 외친 듯.


The Abduction을 시작할 때 아나톨이 친구들에게 남기는 말이, 마치 관객에게 던지는 인사 같아서 마음에 남았다. "자, 모두 즐거웠다. 사랑했다. 벗들이여 또 만나게 될까. 난 멀리 간다"


그레이트 코멧이 빠르게 재연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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