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과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르다
홍보대행사에서 재직할 때 일의 '결과'와 '성과'를 구분 짓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정확히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캠페인의 최종 결과물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성과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대행사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결과 리포트'다. 결과 리포트를 치열하게 작성하며 지난달 대비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있었는지, 러닝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진짜 성과는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때가 많았다. 보통 고민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았다.
① 이번 달에 운영했던 마케팅 활동은 지난달 대비 어떤 기준으로 상승/하락했는가?
② 상승/하락이 있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예기치 못한 사회적 이슈로 영향을 받은 점이 있었을까?
③ 한 달 동안의 이 모든 활동들은 장기적인 브랜딩 과정에 있어서 어떤 조각이 될 수 있을까?
먼저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지표 자체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중요했다. 전체 수치는 전월 대비 많이 상승했지만 세부 항목에서 하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치가 하락한 해당 항목이 전체에서 작지만 꽤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면 어떤 이유일지 찾아보는 것도 중요했다.
브랜드에 관련된 모든 활동이 사회적 이슈에 영향을 받게 되지는 않았는지도 늘 고려해야 했다. 일본 불매운동이나 제로 웨이스트와 같은 여러 사회적 이슈를 늘 캐치하고 브랜드와의 관련성을 체크했다.
이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월간 리포트가 드디어 완성! 되고 나면 그때부터 브랜드 이미지의 전체 숲에서 지난 한 달이 브랜딩 과정에 어떤 퍼즐 일지 생각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그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제고하는 것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었는지 되짚어보며 한 달을 마무리하곤 했다.
결과 리포트들을 작성하며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과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이 따라왔다. '결과'와 '성과'를 구분 짓고자 했던 것은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업무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루틴은 결론적으로 업무의 전체 퀄리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브랜드에서 항상 동일하게 진행하는 운영성 업무 외에 캠페인이나 신제품 출시 프로모션과 같은 단기 프로젝트가 종종 있었다. 이때 내가 가장 경계했던 건 단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결과물은 어떻게든 기한 내에 만들어낼 수 있지만, 결과물로 인해 어떤 성과가 있어야 마케터로서 이 활동이 의미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었다. 지나치게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다가 자칫 브랜드 컬러를 잃게 되는 것이었다. 브랜딩 관점에서 전체 톤앤매너를 무너뜨리게 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했기 때문에 무엇을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할 것인지 정하는 것부터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브랜드마다 담당하는 포지션이 달라서 파트에 따라 기준을 다르게 고민하는 것도 일이었다.)
늘 '결과는 결과고, 성과는 또 다른 문제다.'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결과가 아니라 성과로 말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되기 위한 고민들이 지금의 업무 습관으로 굳혀지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