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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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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희 Apr 28. 2024

다시 여행- 그리운 고등어물회

숨가쁘게 욕지도

여행 열흘 전쯤부터

여행지 일기예보를 체크한다  

날씨에 맞는 옷가지를  

골라야 하니까.


열흘 전엔 여행 내내  

맑음이었  그랬는데

욕지도에 가려고 마음먹은  

모레, 종일 비가 온다네.

예정을 바꿔 일요일인

오늘  서둘러 출발한다.


20년 전쯤 일박 이 일로

다녀온 섬이지만

아무 정보 없이  차 타고

휘리릭 한 바퀴  돌아봤기에

찬찬히 걷지 못했다.

그동안 출렁다리도 생기고

모노레일은 운행중지 중이지만

어쨌든 많은 변화가 있다기에

와 보고 싶었다  


천왕봉 등산도 하고

출렁다리 세 개를 다 려니

당일로는 벅찼다.

선착장에서 대기 중인

일주 관광버스를 타고

새천년 전망대를 거쳐

1 출렁다리까지 다.

만약 다시 온다면

1 출렁다리 근처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될 것 같다


1 출렁다리에  들어서니

그대로 망부석이 되고 싶다.

내 나라 구석구석이

이렇게나 아름답다

한참을 머물러도 떠나기 싫다


다리를 건너니 펠리컨 바위다

여기에서는 반드시

 이상 갈 수 없는  

까지  가봐야 한다  

대개는 바위에서 인증샷 찍고 

떠나시던데  끝까지 가보니 

한민국 바다 위 그랜드캐년이다.

아님 말고.



2 출렁다리까지 숲길을 지난다

다리가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고구마라테를

마시며 잠시 숨을 돌린다

 



2 출렁다리를 지나자

제법 가파른 경사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3 출렁다리는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천왕봉이므로 아직 시작도 못했다

거친 산길을  묵묵히 오른다.


첫 번째 다리에서 오래 머물렀고

째 다리에선 잠시 섰다가

세 번째 다리는 쏜살같이 지나친다

째 다리는 외롭다


모든 다리를 지나 일주도로로

가려면 엄청나게 길고 가파른

철제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미 두 시간 이상 걸은 후라

지친다. 난간을 부여잡고

힘겹게 올라 차도에 들어선다.


이제부터 오르막 자동차도로를

40분쯤 걸어야 산행의 시작점

새천년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지루한 찻길을 걷다 보니

그만 되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다.

집에 가서 후회할 것이 뻔하니

마음을 다시 잡고

걸음을 재촉한다


드디어 새천년 전망대.

이제부터 등산 시작이다


오늘 진행하는 코스는

별 정보가 없어 현지에서

대충 물어보며 진행하려니

답답하고 힘들다.


통영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가 4시 20분이니

시간이 빠듯하다.

점심 먹을 장소도, 시간도 없어

강행군  중이니 지칠 만도 했다.

내려가서 먹기로 한  

싱싱한 고등어 물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서둘러야 했고

그래서 더 힘들다


여느 때와 달리 영자가 지치니

병태가 힘을 낸다

등산로 초입은 꽤 가팔랐으나

전망이 틔이는  곳부터는

좋아하는 능선 코스라

숨을 돌린다.


대기봉에 도착하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

구도가 좀 맘에 들지 않고 날이 흐려 바다와 하늘 색이 탁하지만 모델  포즈로 살려낸 사진ㅎㅎ


천왕봉이 지척이었지만

대기봉 전망만 못하다는  

선배 블로거들  말씀에  

과감히 포기하고

하산길로 들어선다


내려오는 길도 제법 가파르고

지루한 콘크리트길이다

고등어 물회를  먹지 못하면

병태에게 대신 먹힐 것 같아

무릎관절님이 안녕하든 말든

냅다 뛰어 내려온다


물횟집에 도착하니 남은 시간은

이십 여분뿐이다.

포장해서 배에서 먹겠다니까

사장님이 속도를 낼 테니

먹고 가라 신다

고등어 물회는 푸짐하고 싱싱하다

환상적이다.

그 맛있는 것을 주스처럼 들이켠다.

아직도 아쉽다


다시 냅다 뛰어서 배에  오른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지라도

갑판 위를 항상 고집하던

영자가 오늘은 병태에게

이끌려 선실  안의 따땃한

바닥에 누워

하선하는 사람들 웅성거림에 

때까지 푹 잤다.

평소에 잠귀가 예민하다고

푸념하던 영자는 어디로 갔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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