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경희 Apr 24. 2024

다시 여행-걸을 수 있을  때까지

미륵산, 편백나무 숲, 삼칭이길

칠순을 넘기자 병태는

무리하면 안 된다면서

가볍게 걷는 여행을 주장한다

맞다.  


우리에게 걷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다리와

세월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니까 누릴 수

있을 때까지 누려봅시다

영자도 우긴다  

역시 맞다.


오늘은 어디 가?

제일 쉬운 코스로 미륵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편백나무 숲도 걷고

동네 맛집에서 생선구이 먹고  

삼칭이길  걸을 거야.

너무 많이 걷는 거 아냐?

너무 가파른  코스는 아니지?

서방님

저도 처음 가보는 길니다


미륵산 케이블카가

유명하다지만

걸을 수 있을 때  누리고 싶은

영자니까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입구에선  언제나  산책 수준의

코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무릎 보호대와 스틱,

등산화로 갖추는 것이 안전하다

고 달랜다. 산책  수준보다

험하다 싶으면  병태의

구시렁이 시작된다.


예상했던 불평에

준비해 놓은  대답,

힘들면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시든지..

병태가 제일 얄미워하는 말을

해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안 들릴 정도의 거리로

치고 나간다.


나뭇가지에 여린 잎들이

움틀 때   들은 

오랜 갈색에서 벗어나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매일 달라지는 그 빛깔은

멀리서도 오묘하지만

가까이서 보는 어린 새순들은

얼마나 대견한가!


그렇게 새순과 진달래 사이에서

바다까지  수 있는 알흠다운  

미륵산은 케이블카로 단숨에

올라와버리기엔

너~~ 무 아깝다.

아주 천천히  스틱을  의지해

오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등산할 때는 여자보다 앞에서

오르는 것이 상남자라고 믿는 

병태가 어느새 앞 서 걷고 있다.


케이블카 종착지 근처부터

정상까지는 데크길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우리  산하 곳곳에  케이블카와

출렁다리, 데크길까지

넘쳐나는 것이 안타깝지만  

걷기 불편한 분들도

정상을 누릴 수 있음은

감사해야 할라나?

그래도 설악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건  

정말 반대하고 싶다.


어쨌거나 여러 개의 널찍한

데크 전망대에서 우리 바다의 

예쁜 리아스식 해안을

가슴 가득 들이킨

꼭대기에 오르니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니..    다시 좋다

모두 즐겁게 웃고 큰 소리로

환호한다. 그때만큼은  세상사람

모두 행복한 것 같다

나도 행복하다.


갔던 길 그대로 주차장에 도착한다.

등산로 입구를 바라보며

8시 방향쯤 편백나무 숲

입구가 보인다.

으~~ 음 여기도 힐링 그 잡채군.

사진에서 많이 봤지만

흠흠 냄새 들이키며 설렁설렁

걸어봐야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

야자매트 깔린 편한 숲 길은

병태도 좋아한다.

이제부터 맛있는 점심과

무장애 편한 길만  남았다는

말에 그는 진정 행복해한다.

나도 행복하다.


현지인의 숨은 맛집에

도착하니 12시다

생선구이가 엄청 맛있대

기다려야 할지 몰라

문 앞에 영업 중이란 팻말은

보이는데  손님은커녕  

쥔장도 안 계신다


계십니까를  서너 번  외치고

밖에 나와보니 가게 옆

구석에 쪼그려 앉은 초로의

여사장님이  무언가를

다듬고 계신다 

유명한 맛집이라기엔

너무나 쇠락한 모습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


이번 여행 중 제일 가슴 아팠던

일이 소상공인들의 몰락이었다.

'몰락'이란 표현이 너무

죄송하지만

텅 빈 가게가 너무 많았다

몇 백 명 정원의  배에  열 명

남짓 타고 섬으로 향한 적도

있었다.  북적여야 할 시장조차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모두들 힘들 때 여행객

차림으로 나다니는 것이

송구할 정도였다.


서둘러 차려주시는 밥을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서둘러 먹고  삼칭이길로 향한다.




한산 마리나 리조트 앞길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한다 

통영 마리나 리조트까지

편안한 바닷가 자전거도로가

이어진다.  

초입엔  사람이 거의 없어

탁 틔인 바다를 보면서

쾌적한 온도와 의  바람을

제대로 즐긴다.



복바위는 사진보다 실물이 멋지다

허긴 어떤 자연도 사진으로

제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기는  

힘든  것 같다.

걷다 보  남이 하는 낚시질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병태를

위한 ,  낚시공원이  있다.



바다 위의 철제 다리  모양의

낚시공원에서 낚시질 구경도

하며 코스  끝까지 느긋하게

걷는다. 방파제에 걸터앉아  

좋아하는 붕어싸만코  하나씩

먹고,   왔던 길 다시 걸어

숙소로 돌아와 월풀욕으로

하루를  맺는다.


넘치도록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여행-다시 혼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