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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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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희 Jun 13. 2024

다시 여행-곰삭은  친구들

농월정 탐방로, 토옥동 계곡,  대전 맨발 걷기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여행이 끝나가섭섭하겠네

천만에!!  돌아갈 집이 있으니

감사하고 행복하지요


집이란 단어는 언제나 따뜻하다

떠날 때 설렘처럼 돌아갈 때의

푸근함도 참 좋다.

평생 집이란 단어와  편안함,

따뜻함을 동격으로

생각하며 살 수 있어서

넘치도록  감사하다


모두들 집에 들어서면 당연히

따뜻하고 편안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이

아팠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만큼은  

안전하기를....

평안하기를....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게다가 많이 좋아하는 도시,

대전에 들러 언제라도

반겨주는 친구들과

만나는 날이니 더욱 들뜬다


고 싶어서 점찍어 놓았던

첫 번  째길,

선비 문화 탐방로다

함양, 화림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  6.2km 길을 

내키는 대로 걷다 

돌아오기로 한다

선비들이 놀았다는 농월정에 앉아  시조 한 수 읊어본다  이왕이면 충신의 시,  이 몸이 죽고 죽어 ㅋㅋㅋ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다.

걷기 좋은 길도 너무 많고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 봐도  

화장실 문화는  

단연코 일등이다

이런 푸근한 길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리면

좋겠다.

주 중엔 거의  우리뿐인 것이

언제나  아쉽다


두 번째 들렀던 남덕유산 줄기,

토옥동 계곡은 한여름에

손주들  데려오면

좋아할 것 같다

상상 속에 들리는

우리 꼬맹이들 웃음소리와

우렁찬 물소리로

귀를  정화시킨 후

서둘러 대전으로 향한다


호텔서 대충 씻고 각각 친구들

만나러 간다

곰삭은 친구들과 모처럼 만남은 

무엇을 먹든, 어디를 가든

조건  즐겁다


대전 번화가는 엄청나게

변했다. 도시 중심가의 밤은  

참 오랜만이라  번쩍번쩍

화려한 거리가 많이 낯설다

TV에서만 보던 이쁘고 멋진

젊은이들 구경하느라

입이 안 다물어진다.

다들 모델이고 배우 같다.

젊음  자체로  눈이 부시다


막 개업했다는 커다란

퓨전 술집의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아   흐리는 거

아니냐며 키득거린다.

이제   태블릿 PC 주문은

좀 익숙해져 그나마 다행이다.  


키오스크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많이 상심했다는

기사를 보며 속상한 적이 있다

시도해 보기 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는 노년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미 저녁을 먹은 후라  

안주 생각은 없었지만  

몇 가지 주문하고

약한 술로 더욱 흥을 돋는다

보고 싶던 친구들과  잡다한

얘기는 아무 말이나 그냥 즐겁다.  

소녀로 돌아간 듯

까르르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헤어지기로  한다.

늙어가니까 좋은 점도 많다

절제가 가능한 나이의 할매들은

아쉬운 포옹으로

다음을 기약한다


만난 친구들을 서로 자랑하느라

늦게 잠들었지만 일찌감치

일어나 대전 장동 산림욕장

황톳길로  향한다


이곳은 14.5k 전 구간을 황토로

넉넉하게 덮어 놓아 전국에서

으뜸가는 맨발 걷기의 명소다

선양소주의 회장님이 황토를

깔기 전부터 즐겨 찾던 곳이다


18년 전 조성 초기엔 진흙들이

자꾸 흘러내려 맨발로 걸으려면

잔돌이 밟혀 많이 아팠다

그동안 180억이란 거금을 들여

방대한 양의 진흙을  퍼부으며

계속 관리 중이라 폭신한 느낌의  

기분 좋은 발바닥 감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여러 사람에게

강한 행복을 주신  선양소주

회장님께  감사가 절로 나온다


너무 좋아하는 길이지만

대전을 떠난 후 7년 만에

오게 되어 가슴  벅차오를

정도로 기쁘다

대규모 주차장이 아직

완공 전이라 차하기

어렵다 해서 서두른 덕에 

겨우 주차하고

맨발 걷기를 시작한다



곳곳에 세족장과 입구에

신발장까지 있다.

우린 미리 준비한

비닐주머니에 신을 담아  

배낭에 넣고  

신나게 출발한다



시원하고 진득한 진흙의 싱싱한

감촉을 음미하며 걷는다

한 발 한 발  아끼며 걷는다

이른 아침이지만 전국  사투리로

시끌시끌한 길을 모두 행복하게

걷는다.

활기찬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에

취해 걷는다


대전 여행의 마무리는  어글탕.

황탯국이지만 사골 우려낸 것

같은  걸쭉하지만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대전 명물 성심당보다

좋아하는 어글탕은 오직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다.

그 흔한 택배 배송도

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걷고 건강을 마시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

따뜻하고 포근한 우리 집.

 하던 대로의 일상이 기다리는

그곳이 가까워질수록

넘치도록 감사합니다를


백 번은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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